소통 강화. 이해할 수 없던 선택에 깔린 조원우(46) 롯데 감독의 의도다. 맞아 떨어졌다.
롯데는 올 시즌에만 두 번이나 1군 타격 코치를 교체했다. 5월 훌리오 프랑코 코치를 육성군으로 배치했다. 서브였던 김대익 코치가 1군 선수들의 타격을 맡았다. 이마저도 3개월 만에 개편됐다. 김대익 코치는 외야 수비 코치로 옮기고 김승관 코치가 메인 자리에 올랐다.
2군에는 '홈런왕' 출신 장종훈 코치가 있었다. 프랑코 코치는 한·미·일 야구를 두루 경험했다. 이름값은 비교할 수 없다. '분위기 타개용 인사'로 보기도 어려웠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롯데는 후반기부터 반등했다. 원동력은 탄탄해진 뒷문이다. 하지만 김동한, 황진수 등 젊은 타자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7월까지 0.281던 팀타율도 8월 이후 0.295까지 올랐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며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타격 코치를 교체한 효과라 볼 수 있다.
조원우 감독이 의사 결정 배경을 전했다. 조 감독은 "프랑코 코치님은 내가 평가할 수 없는 분이다. 하지만 언어의 벽 탓에 선수와 코치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외야수 김문호, 내야수 김상호는 프랑코 코치의 지도 아래 성장했다. 기술뿐 아니라 심리 관리와 생활 습관까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기량 발전을 노리는 2군 생활과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1군은 다르다. 매 경기 달라지는 타격 밸런스의 문제점을 짚어 해결책을 줘야한다. 선수도 고민을 얘기해야한다. 외인 코치와 원활하게 소통하긴 어렵다.
두 번째 교체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들이 더 편하게 다갈 수 있는 지도자를 내세웠다. 김대익 코치는 부산고 출신이다. 롯데에서만 8시즌을 뛴 '자이언츠맨'이다. 다수 선수의 직계 선배다. 조원우 감독은 "김대익 코치의 지도력과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니다. 그저 몇몇 선수들이 더 원활하게 소통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롯데 야수들은 '김승관 효과'를 인정했다. 문규현은 3위 탈환 분수령이던 9월 15일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코치님이 조언한 대로 직구를 노렸다"고 했다. 병살타가 많던 최준석도 대화를 통해 부담을 털었다고. 황진수, 김사훈처럼 1군 출전 경험이 적은 선수들도 활약한 경기 뒤엔 어김없이 김 코치를 언급했다. 이대호까지 "다 내가 좋은 타격을 할 수 있게 해주시는 말이다.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조원우 감독은 "팀에는 이대호나 손아섭처럼 항상 잘 치는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무안타를 치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매일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코치의 역할이다"고 했다. 김승관 코치를 내세워 그 효과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