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작 '변호인'으로 1137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바 있는 양우석 감독이 '강철비'로 돌아왔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영화. 언제나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양 감독인만큼 이번에도 단순한 상업 영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정우성과 곽도원 등 배우들은 양 감독이 짜놓은 판 위에서 재미와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연신 분투한다.
'변호인'은 쉽게 건드릴 수 없었던 소재의 특별함에 국민배우 송강호의 힘이 더해져 놀라운 흥행을 일궈냈다. 송강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천부적 배우다. 그의 얼굴에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삶이 모두 담겨있다는 평을 받는만큼,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변호인'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데 탁월했다. 데뷔작부터 송강호를 선택, 아니 선택받을 수 있었던 양우석 감독은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송강호의 힘은 '변호인'의 흥행에 절대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양우석 감독이 이번에는 송강호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신 정우성과 곽도원의 손을 잡았다. 특히 정우성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향해 있다. 전쟁터를 연상케하는 배경에 정우성 홀로 등장하는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 정우성은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위험하다. 정우성은 관객에게 신뢰받는 배우는 아니다. '아수라'를 비롯해 최근 출연작은 대다수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가 잘생긴 배우임은 분명하나, 잘생긴 얼굴이 티켓 파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개봉 전부터 정우성의 영화에 불신을 표하는 관객들도 여럿이다.
지난 11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강철비'에서는 정우성을 향한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선한 눈망울과 다부진 체격 등 정우성의 외모는 북한 군인 엄철우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여전히 과하도록 극적이다. 능청스러운 생활연기를 보여주는 곽도원 옆에서 '과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정우성의 평양말은 몰입을 방해한다. 이쯤되면 자막이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 정우성을 제외한 북한인 캐릭터들의 대사는 정확히 들린다. 단순히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평양말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정우성의 대사전달력 문제다.
언론배급시사의 첫 공개 후 영화는 대체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만큼 액션신과 CG가 화려하다. 마치 예언이라도 한듯 경직된 현재 남북관계와도 맞닿아있다. 140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가열차게 달린다. 그러나 양우석 감독이 이번엔 송강호의 힘 없이 정우성과 1000만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강철비'는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