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강철비'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호평받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만큼 화려한 액션과 CG가 돋보였고, 웃음과 감동이 적절하게 섞였다. 그러나 완벽할 수는 없었다. 호평이 이어질수록 몇 가지 옥에 티가 아쉬움을 남겼다.
일단 여배우가 사라졌다. 처음부터 남자들만의 영화는 아니었다. 정우성(엄철우)의 아내 박선영과 곽도원(곽철우)의 아내 김지호부터 남한에서 처음 만나게되는 의사 박은혜, 북한 개성공단의 두 소녀 원진아·안미나 등이 등장한다.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처럼 나타나 어느샌가 사라지는 것이 문제. 특히 제작 초기 단계에 원진아가 연기하는 려민경은 극의 전개에 중요한 캐릭터로 알려졌으나, 막상 완성된 영화 속 려민경은 너무나 전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박은혜가 연기하는 의사는 북한 권력 1호의 목숨을 구하지만, 단순히 그 장면만을 위해 소모되고 잊혀진다.
결말도 아쉽다. 많은 영화가 그렇듯 급하게 갈등을 봉합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의 대부분을 제대로 달리다 끝나기 직전 엉뚱한 한 발을 디딘다. 마지막 장면은 다소 황당할 정도. 양우석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을 담았다는 이 장면에서 어리둥절해질 관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네티즌의 '강철비'를 향한 시선은 "또 북한이야?"다. 남북관계는 20여년 전 '쉬리'를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태극기 휘날리며' 등 영화계 사골 소재 중 하나. 이 부정적 시선을 깨부술 방법은 결국 관객의 예상을 빗나가는 것인데, '강철비'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전이라 불릴만한 전개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다지 놀랍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교과서 읽는 듯한 대사도 이어진다. 도덕책처럼 당연히 예상 가능한 결과를 향해 열심히 나아갈 뿐이다.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소재의 한계가 있겠지만, 완성도 높은 '강철비'이기에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