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지안카를로 스탠튼(왼쪽)과 애런 저지의 모습. 지난 10일(한국시각) 놀랄 만한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내셔널리그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28)이 마이애미를 떠나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여러 팀이 스탠튼을 원했지만 최종 종착지는 양키스였다.
파급력이 큰 이적이다. 양키스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에 올랐다.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휴스턴에 패해 월드시리즈(WS) 진출이 좌절됐지만 미래는 밝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애런 저지의 등장이다. 양키스는 지난해 51경기에서 홈런 20개를 때려내며 메이저리그(ML) 역대 타이기록을 세운 게리 산체스 중심으로 팀 타선이 재편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저지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방향이 180도 달라졌다.
저지는 155경기에서 홈런 52개를 기록해 리그 역사를 바꿨다. 1987년 마크 맥과이어(당시 오클랜드)가 달성한 ML 신인 최다 홈런 49개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 27경기에서 타율 0.182를 기록하며 주전 확보 자체가 물음표였지만 50개가 넘는 홈런으로 신형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스탠튼과의 조합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스탠튼은 올해 홈런 59개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약물의 시대' 이후 60홈런에 도전한 첫 번째 타자가 됐다. 비록 1개 차이로 60개를 채우지 못했지만 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했다. 기량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구단주가 바뀌면서 선수단 물갈이 분위기가 형성된 팀 사정이 맞물리면서 트레이스 시장에 나왔고, 양키스가 영입에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전달하면서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스탠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스탠튼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대한 전체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거부권을 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양키스가 선택을 받았다.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 중심타선을 이끈 루 게릭. 현재 양키스 팬들이 기대하는 스탠튼, 저지 조합의 결과는 루스와 게릭의 보여준 활약일 것이다. 스탠튼과 저지 조합은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스탠튼과 저지는 올 시즌 홈런을 111개(샌프란시스코 팀 홈런 128개)나 합작했다. 이는 역대 '팀 메이트 홈런' 순위에서 2위에 해당된다. 1위는 1961년 뉴욕 양키스에서 115개를 합작한 로저 매리스와 미키 맨틀. 그해 매리스는 61홈런, 맨틀은 54홈런을 때려냈다. 스탠튼과 저지의 홈런 111개는 2001년 배리 본즈·리치 오릴리아 조합(110개·당시 샌프란시스코), 1927년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합(107개·당시 뉴욕 양키스)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기대감은 높다. 두 선수 모두 나이가 비교적 어리다. 저지는 25세, 스탠튼은 28세 밖에 되지 않는다. 신체조건 또한 훌륭하다. 스탠튼은 키가 198cm, 체중이 111kg인 거구다. 저지는 한 술 더 뜬다. 200cm 장신에 체중이 127kg다. 세부기록은 압도한다. 저지의 올 시즌 타구 평균 스피드는 95.3마일로 시속 153km를 상회한다. 스탠튼도 93마일로 이 부문 7위에 해당한다. 시즌 최장거리 홈런의 주인공 역시 저지였다. 496피트의 홈런의 위용은 또 다른 이야기 거리였다. 기존의 '홈런 마왕' 스탠튼 역시 만만치 않다. 그가 기록한 59개의 홈런 가운데 '노 다우터', 즉 아슬아슬하거나 구장이나 바람의 덕을 보지 않았던 확실한 홈런은 무려 24개에 달하며 당당 1위에 올랐다. 저지는 16개로 3위.
틀이 좋고 물감이 비싸다고 그림이 잘 그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밑그림은 잘 그려졌다. 이제 이 멋진 밑그림에 얼마나 어울리게 색채가 입혀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양키스의 큰 그림은 단순히 한 시즌 최다 듀오 홈런 주인공인 매리스와 맨틀을 넘어서자는 게 아닐 것이다. 차라리 양키스 팀 메이트로 10년간 859개의 합작 홈런을 만들어낸 진정한 최강 홈런 동료인 루스와 게릭이 오히려 양키스 팬들과 구단이 바라는 완성작일 것이다.
스탠튼과 저지는 아직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 2018년 두 선수가 만들어낼 새로운 홈런 조화가 어떤 그림으로 탄생할지 팬들은 기다릴 것이다. 내년 시즌 ML을 즐기는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