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김현수(29)를 영입한 반대급부로 두산에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이상적인 매듭을 위해서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LG는 김현수의 2015년 연봉(7억5000만원)의 200%와 보상선수 또는 연봉의 300%를 두산에 줘야 한다. 두산이 현금만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의 성장을 이끄는 건 두산의 강점이다. LG는 최근 몇 년 동안 리빌딩을 추진했다.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 LG가 보상선수로 내준 최승준(SK)과 이승현(삼성)은 이적 뒤 잠재력을 드러냈다.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40인) 구성은 기조가 분명했다. 베테랑을 대거 제외했다. FA 보상선수는 보호할 수 있는 선수가 20명뿐이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만 추려도 20명을 훌쩍 넘는다. 규정 이닝과 타석을 채운 국내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워낙 많은 선수가 기회를 얻고 가능성을 보여 줬다. 내년 시즌에 활용할 선수로 평가한 선수를 제외할 수도 있다.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상대의 방침을 예측하기 어렵다. 두산은 이번 오프시즌에 베테랑 투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마운드 전력 보강이 시급해 보였다. 민병헌을 롯데에 내준 뒤 지명한 보상선수는 외야수 백민기였다. 1군에서 출전하나 47경기에서 타율 0.077(26타수 2안타)를 기록한 무명 선수다.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투수를 많이 묶어도 허를 찔릴 수 있다는 의미다. LG에는 내야수 백승현, 외야수 최민창 등 시즌 막판에 존재감을 드러낸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영입한 선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가 보호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는 좌익수다. 하지만 팀의 방침과 어긋난다. 외야는 LG의 리빌딩 체제 속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이천웅 이형종 문선재 안익훈 등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드러냈다. 그동안 이들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다른 팀 전력 강화에 쓰이게 된다.
기량이 비슷한 선수가 많은 점도 고민이다. 일시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인 선수는 많지만 꾸준하지 못했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의 성향도 보호선수 명단 구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류 감독은 탄탄한 기본기를 강조하는 감독이다. "반쪽짜리 선수가 많은 편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무리캠프에서 모든 선수를 확인하진 못했다. 하지만 기존 코치진과 상의해 결정한다. 젊은 야수들은 수비력을 갖춰야 LG에 남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나마 군 보류 선수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건 위안이다.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야수 윤대영, 투수 임지섭은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아도 된다. '거포 유망주'인 윤대영은 주전 1루수로 성장해 주길 기대받고 있다. 좌완 강속구 투수 임지섭은 5선발을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