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모델로 세계를 누비던 한혜진(34)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긴 팔다리 때문에 달심(게임 캐릭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감정 없는 표정이 대부분이라 까칠해 보이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예능에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웃집 언니'로 중화됐다.
1999년 서울콜렉션으로 데뷔한 한혜진은 올해 19년차다. 이후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세계적인 패션쇼 런웨이에 많이 섰다. 동양적인 눈매와 얼굴 선을 지녔지만 몸의 비율은 서양 어느 모델보다 뛰어나 '오리엔탈 히로인'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명품 브랜드 G사 패션쇼에 섰다.
"힘든 것도 많았죠. 여기까지 오면서 지금도 매 분마다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다시 시즌이 되면 몸 만들겠다고 그 좋아하는 술도 안 마시고 공복에 운동하고 있어요. 20 여 년 해 온 게 모델이다보니 이젠 지치면서도 정이 가기도 하고요."
모델의 일상은 특별할 줄 알았다. 한혜진이 '나 혼자 산다'를 나오기 전까지. 별반 다를 게 없었고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그가 피자나 파스타를 두 접시씩 해치울 줄 누가 알았을까.
한혜진은 알아주는 애주가다. 술을 잘마시고를 떠나 좋아하고 즐긴다. 이날은 장트러블로 많이 마시진 못 했지만 음식으로 달래며 잔을 부딪혔다. '센 언니'는 선입견일뿐.
-공식질문이에요. 주량은 얼마나 되나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어요. 소주 두 병까지 거뜬했는데 이젠 한 병만 마셔도 취기 오르고 기분이 좋아져요. 왜 나이 먹으면 주량부터 온다고 하는 지 알겠어요."
-특별한 주사 있나요.
"예전엔 술 마시면 기분이 업 됐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잠이 와요. 잠이 오니 술자리를 떠나는데 괜히 저 때문에 자리 파하긴 싫어서 몰래 나와요."
-술은 자주 마시나요.
"흔히 말하는 패션위크, 즉 시즌 중에는 못 마셔요. 비시즌엔 거의 반주가 생활화 돼 있어요. 예전에는 가끔 많이 마셨다면 요즘은 자주 적게 마셔요. 주사 때문에 더 신경쓰여요. 예전에는 귀엽다고 넘어갈 수 있는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술친구 있나요.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함께 해오고 있는 모델 친구들과 긴 시간 호흡 맞춰온 스태프요."
-사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술 안 마실거란 생각이 커요."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죠. 술 너무 좋아해요. 푸하하."
-시즌 중에는 입에도 못 대나요.
"아예 한 방울도 마시면 안 되니 술자리 자체를 피해요. 냉장고에 있던 술도 시즌 돌입 한 달 전부터는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둬요. 한 달은 그렇게 관리해야돼요."
-금식과 금주, 뭐가 더 힘든가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오늘 안에 대답할 수 없을 거 같아요.(끝내 대답을 못 하고 떠났다)"
-요즘 '나 혼자 산다'가 물이 올랐어요.
"어딜가도 '나 혼자 산다' 얘기 많이해요. 오래 봐 온 스태프들도 '나 혼자 산다' 얘길 엄청해요. 많이 좋아해주니 저야 좋죠."
-지금의 멤버가 최적의 조합이에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오래 프로그램을 하게 될 지도 몰랐어요. 처음엔 단발로 출연하고 빠지는 거였으니깐요."
-오래 출연하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제가 출연할 때 같이하는 헨리·(이)시언 오빠·(박)나래·기안·(전)현무 오빠가 다 모였어요. 기가 막히게 그들을 만난게 행운이죠."
-중간에 하차 생각도 있었나요.
"사실 고민이 많아요. 제작진과 계속 얘기 중이기도 하고요. 재미가 우선이니 재미가 없다면 하차해야죠. 제작진에게 '이제 그만 해야겠다'라는 말을 자주해요. 억지로 짜여진 일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요. 그렇다고 지금 억지로라는건 아니에요. 최대한 진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첫 출연은 흔쾌히 수락했나요.
"1년간 제작진이 섭외 요청이 왔어요.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왜 수락했나요.
"소속사죠.(웃음) 계속 얘기를 하다보니 '한 번은 나가야겠다'라고 생각해 출연했죠. 너무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이었어요. 집을 오픈하는 순간 더이상 감출게 없다고 여겨 왔어요. 집이 공개되면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생각이라 거절했는데 결국 제 집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도 나오게 됐어요."
-공개되고 불편한가요.
"괜한 걱정이었나봐요. 불편한건 생각보다 없어요."
-혼자 사는게 궁금한 사람이 있나요.
"혼자 살고 계신건 아니지만 신동엽 오빠요. 녹화장이 아닌 집에서 어떨 지 궁금해요."
-방송 모니터도 꾸준히 하나요.
"거의 안 하는 편이에요. 20% 정도만 확인해요."
-원래 무덤덤한가요.
"제작진이 뭘 뽑아서 방송에 내는지 확인하려면 봐야하고 헤어·메이크업 잘 됐나 체크하려면 봐야죠. 그런데 그건 작은 부분이잖아요. 나머진 현장에서 나오는 거니깐. '이건 방송에 나오겠다' 싶음 나오고 아닌 건 아니더라고요. 제 목소리를 다시 듣는게 얼마 되지 않았어요. 사진 찍을 때도 현장에서 체크하지 않아요. 나머진 주변 스태프들이 만들어주니 믿고 따라야죠. 어느 컷을 쓰고 버릴지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니니깐요."
-그래서 '나 혼자 산다' 도중 태도 논란도 있었어요.
"제가 뭐라고 누군가에게 적대적이겠어요. 그래서 더 문제였던 걸 몰랐죠. 방송인이면 방송인의 리액션이 나와야되는데 시청자 입장인거죠. 너무 TV 보는 사람처럼 별로면 별로라고 좋으면 좋다고 했고 그게 다 방송에 나간거죠. 그러니 욕을 먹었고요. 이수경 씨때도 그랬고요."
-태도를 바꿔야하나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현장에서 출연자가 기분이 나빴으면 사과를 하고 방송에서 빼달라고 했을텐데 전혀 그런게 없었어요. 나중에 술자리도 했고요.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욕할 수 있다고 봐요. 저도 방송보다가 욕할 때가 많은데. 기분이 항상 좋을 수 없겠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