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속팀 두산, NC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더스틴 니퍼트(왼쪽)와 에릭 해커. 두 선수는 다른 팀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지 못하면서 KBO 리그 경력이 끊어질 위기에 직면했다. 왜 더스틴 니퍼트(36·전 두산)와 에릭 해커(34·전 NC)는 인기가 없을까.
'장수 외인'인 니퍼트와 해커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원소속팀 두산과 NC의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다른 구단의 적극적인 구애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수 영입을 완료하지 못한 구단은 대부분 '외인 재활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강하다. 새로운 선수를 물색하는 게 우선순위다. 자칫 KBO 리그와 인연이 끊어질 위기다.
둘의 경력은 화려하다. 2011년 KBO 리그에 발을 내디딘 니퍼트는 7년 동안 두산에서만 뛰었다. 2015년을 제외한 6년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두 차례(2011·2016년)나 15승 이상을 기록했다. 2016년엔 다승(22승) 승률(0.880) 평균자책점(2.95)까지 3관왕을 차지해 MVP로 선정됐다.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승도 그의 몫이다. 2m가 넘는 키에서 나오는 하이 패스트볼이 위력적이다. 시속 150km 속구를 손쉽게 던진다.
해커도 마찬가지다. 2013년에 NC의 유니폼을 입은 해커는 팀의 원년 멤버. 2014년까지 통산 12승에 그쳤지만 2015년 단숨에 19승을 기록해 리그 다승왕에 올랐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외국인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건 다니엘 리오스(두산 2007년) 아킬리노 로페즈(KIA 2009년) 앤디 밴 헤켄(넥센 2014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올 시즌에도 12승 고지를 밟으면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선 2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0.68으로 호투해 NC를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려놨다.
하지만 각 구단은 '미래'를 본다. 과거 경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두 선수는 30대 중반을 넘겼고, 몸값이 높다. 니퍼트는 2017시즌 연봉으로 무려 210만 달러(약 22억6000만원)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가 공식 연봉으로 200만 달러를 넘게 받은 건 사상 처음이었다. 아무리 삭감하더라도 150만 달러(약 16억2000만원) 이상은 보장해 줘야 한다. 그나마 해커의 연봉은 100만 달러(약 10억8000만원)로 니퍼트보다 낮다. 그러나 각 구단 입장에선 부담이 아예 없는 금액이 아니다. 100만 달러면 웬만한 '젊은 A급 뉴 페이스' 외국인 선수 연봉이다. SK와 계약한 앙헬 산체스가 총액 110만 달러(약 11억9000만원), 삼성이 영입한 팀 아델만의 총액이 105만 달러(약 11억3000만원)였다. 두 선수 모두 바이아웃 금액이 있지만, 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미다.
부상 경력도 고려 사항이다. 해커는 지난해 팔꿈치 부상 여파로 58일 동안 1군에서 빠져 있었다. 니퍼트는 2015년에 어깨·허벅지·등 부상으로 꽤 고생했다. 특히 어깨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부위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엔 큰 무리 없이 경기를 소화했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언제 문제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굳이 고액 연봉을 주면서 위험 요소를 안을 필요가 없다. 더욱이 해커는 까다로운 루틴을 가진 투수고, 니퍼트는 각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가 꺼리는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