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영화 '1987(장준환 감독)'이 개봉하면서 스크린에는 한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두 편의 영화가 나란히 걸리게 됐다. 1년 6개월을 쉰(?) 하정우에게 내려진 가혹한 운명이다. 그나마 같은 날 개봉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물론 잠깐 민망하고 힘들더라도 원하는 목표달성을 일군다면 하정우의 가치는 또 한 번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이 일주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하정우는 일단 한시름 놨다. 그는 일주일내내 열혈 홍보인을 자청하면서 무대인사 등 영화 홍보와 관객들과의 만남에 최선을 다했다. '신과 함께' 흥행은 '1987'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신과 함께' 속 강림(하정우)에 반한 관객들이 '1987' 속 또 다른 하정우의 모습을 보기 위해 티켓팅을 이어갈 수 있다.
심지어 두 작품 속 하정우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루하기는커녕 전혀 다른 캐릭터로 분해 신선함을 동반한다. 오락영화 '신과 함께'에서 유머보다 섹시미를 뽐낸 리더 강림은, 실화 시대극 '1987'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깨알같은 웃음을 자아낸다. 비중을 떠나 존재감 하나는 어디서든 특출나다는 말이다.
때문에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관객들은, 특히 하정우의 팬들은 실망감을 느낄리 없다. 단지 '1987'에 주연 자격으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특별출연 강동원보다 비중이 적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지점이다.
일련의 상황에서 하정우는 공식적으로 '신과 함께' 팀과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인터뷰 내용은 딱 '절반'이었다. '신과 함께'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가도 "그럼 우리 다시 '1987'로 돌아갈까요?"라며 천연덕스럽게 두 영화를 야무지게 홍보했다. 몸이 아니라 머리가 피곤하다고 말한 그는 "뇌가 하나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지만 이 또한 하정우이기에 가능한 행복한 고민이다.
하정우는 "올림픽 결승전을 두 번 뛰는 느낌이다. 전혀 다른 영화, 전혀 다른 캐릭터, (성격이) 완전히 다른 투자 배급사의 작품 아니냐. '신과 함께'에서 강림으로서 태도를 취해야 할 것, '1987'에서 최검사로 취해야 하는 태도들이 있다보니 어질어질하다"며 "거의 하루 차이로 스케줄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까 제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게 희한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하정우는 "근데 하나 꼭 말하고 싶은 것이 내가 '1987' 홍보를 안 하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무비토크 하나 빠졌다. 다른건 (김)윤석이 형 다음으로 많이 하고 있다"며 "무대인사 비중도 똑같이 나눴다. 그런 의혹은 일말의 싹도 없어지라는 의미에서 먼저 말씀 드린다"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정우 대 하정우'는 비단 올 겨울 스크린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신과 함께' 2편이 내년 여름 개봉을 확정지은 가운데, 하정우가 주연으로 나선 'PMC(김병우 감독)' 역시 여름 개봉을 논의 중이기 때문. 겨울 대전과 마찬가지로 롯데엔터테인먼트와 CJ엔터테인먼트의 전쟁이다. 하정우는 "난 내년 여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더라. 배급사에 '조율 좀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인기 많은 배우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역대급 흥행력을 보이고 있는 '신과 함께', 역대급 호평을 받고 있는 '1987' 모두 하정우에게는 애정어린 '내 작품'이다. 어느 것 하나 마음쓰지 않을 수 없는 두 작품에 관객들은 어떤 선택의 결과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