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의 재계약 불발 후 KBO 리그 내 다른 팀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더스틴 니퍼트. IS 포토 과연 적은 내부에 있을까.
두산과 재계약이 불발된 더스틴 니퍼트(36)의 거취가 불명확하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해 7시즌 동안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인 94승을 올린 에이스다. 2015년을 제외한 6시즌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확실한 카드'였다. 그러나 고액 연봉과 적지 않은 나이, 여러 가지 내부 사정이 겹치면서 두산과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다른 팀의 러브콜도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외국인 투수 영입을 완료하지 못한 구단 중 니퍼트와 계약을 우선순위에 둔 곳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상황은 선수에게 유리하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이전트까지 각 구단이 꺼려 한다. 니퍼트의 에이전트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다. 보라스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에이전트다. 사상 첫 총액 4억 달러 계약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거물급 신예 코디 벨린저(LA 다저스) 그리고 추신수(텍사스) 류현진(LA 다저스) 등이 모두 보라스의 관리를 받는다. 선수에겐 최고의 에이전트지만 구단 입장에선 다루기 쉽지 않은 거물이다.
추신수의 텍사스 입단식에 참석한 스캇 보라스(오른쪽). 왼쪽은 론 워싱턴 당시 감독. KBO 리그 구단이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 NC는 이미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했다. 제프 맨쉽이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었다. 맨쉽은 지난 6월 오른팔꿈치 근육 파열로 재활 코스를 밟았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맨쉽의 에이전트에서 재활과 관련한 스케줄을 준다"고 귀띔했다. 맨쉽은 에이전트의 철저한 보호 아래 재활을 진행했다.
구단에서 마음대로 재활 과정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였다. 구단 관계자가 "곧 에이전트 쪽에서 ITP(Interval Throwing Program·단계별 투구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보내올 예정이다. 그러면 구단 트레이너와 프로그램에 대해 상의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어느 정도 에이전트의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보라스 쪽에선 그 정도가 다른 곳보다 심하다는 평이다.
이미 외국인 선수 구성을 끝낸 A구단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보라스 소속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계약 조건을 제시해도 빠르게 답이 오지 않는다. 콧대가 높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B구단 관계자는 "어렵다"고 촌평했다.
니퍼트는 2017시즌에 연봉으로 무려 210만 달러(약 22억6000만원)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가 공식 연봉으로 200만 달러를 넘게 받은 건 사상 처음이었다. 영입하더라도 삭감 폭에 대해 에이전트와 마라톤 협상이 불가피하다. 니퍼트에 대한 구매욕이 사라지는, 작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