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누가 '최고의 한 해였다'라는 소감을 말할 수 있을까. 양현종(29·KIA)의 2017년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제 남은 건 최종 목표 뿐이다.
양현종은 지난달 6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꿈 같은 시즌을 보냈다"고 했다. 한 선수가 현역 생활 내내 한 번도 하기 힘든 목표를 한 시즌에 모두 이뤘다.
일단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았다. 커리어하이인 20승(6패)을 거두며 다승왕에 올랐다. 종전 개인 최다승(16승)보다 4승을 더해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도 리그 토종 투수 가운데 가장 많다. 타선에 기대서 얻은 승수가 아니다. "부족했다"고 말한 평균자책점(3.44)도 리그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난 6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소속팀 KIA는 통합 우승을 했다.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양현종은 선배들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올해는 에이스로서 팀의 정상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선 2차전 완봉승, 5차전 세이브를 기록하며 MVP에 올랐다. 그는 시즌 전 "개인 성적이 좋아도 팀 성적이 안 좋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소속팀과 함께 정상에 올랐다.
시즌이 끝난 뒤엔 상복이 터졌다. 플레이어스 초이스 올해의 선수상, 은퇴선수협회 최고의 선수상, 일구상 최고 투수상을 받았다. 야구인들이 주는 상뿐 아니라 언론사가 주관한 시상식에서도 모두 주인공이 됐다. 13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며 정점을 찍었다.
해를 넘기기 전에 계약까지 마쳤다. 리그 연봉킹 롯데 이대호(25억 원)의 몸값은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역대 2위이자 투수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게 됐다. 재계약은 그에게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이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소감에서 안도가 전해진다. 가족 그리고 KIA팬에게도 '새해 선물'을 선사했다.
완벽한 시즌을 보낸 양현종은 자신의 최종 목표를 향해서도 견고한 발판을 만들었다. 양현종은 "어린 시절부터 골든글러브나 MVP 수상보다 영구결번이 목표였다"고 했다. KIA 구단과 KBO 역사에 영원히 남겠다는 의지다. 그가 KIA 잔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걸려있는 영구결번은 18번과 7번 뿐이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종범 MBC SPORTS+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등번호다. 36년 프로야구 역사에도 14명이 전부다. 투수는 6명 뿐이다. 양현종의 등번호 54번은 이번 계약과 함께 한 발 더 '영원'에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