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그랑프리 결승 경주가 오는 31일 15경주에서 펼쳐진다. 이번 그랑프리 결승은 파죽지세의 수도권팀과 절치부심의 창원·김해팀 간 자존심 대결로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수도권팀의 속전속결
현재 34연승을 달리며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는 전년도 그랑프리 우승자 정종진이 포진하고 있는 수도권팀의 전력은 현 경륜 최강이다. 정종진은 올 시즌 대상경주 3승을 쟁취한 선수로 명실공히 최고의 선수다.
정종진은 이번 그랑프리 결승전 우승을 통해 종합 득점·다승·역대 최고 상금왕 등 모든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막강 선행을 무기로 수도권팀이 주도권을 잡는 데 큰 도움을 줄 박병하와 정하늘도 정종진의 아군으로 최근 경기력이 절정이다. 후방을 책임질 마크·추입의 달인 신은섭도 수도권에 힘을 실어 주고 있어 수도권팀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정종진의 그랑프리 우승 가능성은 가장 높다.
그렇다면 수도권팀의 작전은 무엇일까. 올해 펼쳐진 대상경주의 흐름을 본다면 일단 막강 선행력을 보유한 박병하의 선공에 나머지 선수들이 뒤를 견제하는 패턴의 작전이 예상된다. 신은섭이나 정하늘이 빠른 스타트로 초반 선두를 장악한 뒤에 빠른 전개를 통해 속전속결로 경주를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수도권팀의 작전이다.
경상권팀의 각자도생
경상권팀은 협공이 어려울 경우, 각자 살길을 찾기 위해 게릴라 작전을 펼칠 공산이 크다. 강한 선행형 거포가 없는 경상권팀의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작전이 될 수 있겠다.
경륜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성낙송은 변칙적인 승부에 능해 정종진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선수다. 실제로 상반기 최강자를 가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배 왕중왕전에서도 성낙송은 경상권의 협공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1·2코너 지점에서 내선을 파고든 뒤 정하늘의 후미를 확보하는 라인 전환을 통해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 정종진은 박용범과 성낙송에게 연속으로 견제를 당하며 외선에서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정종진 킬러로 명성이 자자한 박용범 역시 경상권이 체력적인 부분에서 밀리고 있어 입상을 위해서는 각자 살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주 초반 줄 서기에서 작전을 구상하며 타종 전후에 중간 대열을 자르거나 정종진의 후미를 확보한 뒤 추입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만약 경상권의 협공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최근 자력 승부 의지를 높이고 있는 이현구가 선봉에 나서고 이를 활용해 성낙송이 젖히기 승부를 통해 승기를 잡는 작전이 유력해 보인다.
경륜왕의 설경석 예상팀장은 "정종진이 포진한 수도권팀의 완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도 "정종진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성낙송과 박용범이 집요하게 정종진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진다면 이들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