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계 키워드는 '발굴' 그리고 '발견'이다. 그 중심에는 발굴과 발견의 최전선에서 반전 흥행의 새 역사를 쓴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가 있다. 흥행 거물이 된 마동석을 필두로 10년 부진 앙금을 떨쳐낸 윤계상도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연기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이 작품으로 빛을 본 것에 충무로는 아낌없는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어디서 한번쯤 본 것 같아도 낯설게만 느껴졌던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범죄도시'를 대표작으로 꼽아도 될 만큼 돋보였다는 것은 '범죄도시'를 올해의 영화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는 이유다. 충무로는 향후 충무로를 이끌어 갈 능력있는 배우들이 발굴 돼 좋고, 관객들은 새로운 배우를 발견해 좋다. 장첸(윤계상) 무리 중 한 명으로 공포와 보호본능을 동시에 자아낸 김성규(32) 역시 '범죄도시'로 주목받게 된 '샛별'이다. 영화에서는 짙은 분장으로 실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윤계상과 무려 8살 차이가 날 정도로 '꽤' 어린 축에 속한다.
"나름 막내 라인이었다"며 미소지은 김성규는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끝없는 고마움을 쏟아냈다. '범죄도시' 촬영 중 좋은 배우를 발굴하기로 유명한 윤계상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눈에 띄어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애 첫 소속사가 생겼고,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은희 작가의 넷플릭스 '킹덤'이 무려 차기작이다. '킹덤'의 주요 캐릭터 5인 중 한 명으로 낙점된 김성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면서도 "'휘둘리지 말고 그냥 하던대로 하자'는 것이 새 목표가 됐다.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만 품고 열심히 달리겠다"는 겸손한 포부를 내비쳤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만족감은 어떤가. "다른 선배님들이나 동료 배우들과 비교는 안 되겠지만 좀 많이 얼떨떨하다. '범죄도시'를 통해 좋은 선배님들과 연기한 것 만으로도 '실화 맞나' 싶은데, 소속사까지 생겼다. 스스로는 누구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 가늠할 수 없는 흥행이었다. "얼만큼 잘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끼리도 '이렇게까지 많이 봐주신단 말이야?'라면서 매일 신기해 했다. 촬영 땐 그냥 그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좋고 행복해서 결과에 대해서는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윤)계상이 형이 정말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는데 형 계획대로, 예상대로 된 것이 많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 예를 들면. "형은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다른 배우들이 보여야 이 영화가 잘 될 것이고, 장첸도 보일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듣기 좋으라고 한 이야기라 생각했고, 감사하게만 받아들였는데 아니었다. 진짜 형의 진심이었다. 너무 너무 똑똑한 배우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잠도 안 자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러다 밤 늦게 갑자기 연락을 한다. 내일 찍을 장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도 촬영 한, 두시간 전에 꼭 같이 만나 밥을 먹으면서 당일 촬영할 신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바뀐 신들이 꽤 많다."
-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했겠다. "그래서 정말 도움이 되고 싶었다. 민폐만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되고 싶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전에 워낙 형과 많이 만났고, 때마다 신 이야기를 하며 계속 장난치듯 연기 연습을 해서 그런지 본 촬영을 할 땐 한 번도 크게 당황한 적이 없었다. 현장에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도 믿음이 있으니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큰 상업영화 현장은 처음이라 솔직히 많이 어색했는데 같이 하는 배우들이 없었다면 자유롭게 연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너무 감사하다."
- '형' 호칭이 자연스러운데 몇 살 차이인가. "8살 차이? 맞나? 그렇게 알고 있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가 86년 생이다.(웃음)"
- 양태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 "사실 양태의 전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보여줄 것도,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애초 시나리오에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싶어 혼자 상상했다. 중국과 북한 쪽에서 '꽃제비'라 불리는 어린 친구들을 떠올렸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길에서 먹고 자며 사는 친구들이다. 음식도 훔쳐먹고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쁜 일에 가담하는. 결코 원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상황과 사정이 그렇다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이해되는 인생이 있지 않나. 한동안 관련 기사를 캡처해 휴대폰 메인으로 해놓기도 했다." - 양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배고픈 것에 집착하는 이유. 그것이 양태를, 양태의 삶을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장첸 무리는 의리가 있어 뭉쳐 다니는 것이라 말할 수 없다. '가족같은 느낌' 보다는 개인성향이 강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지만 같이 무언가를 한다 정도의 느낌이다. 목적도 다르다. 양태의 목적은 '먹는 것', 그리고 장첸이라는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때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거기에 따른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나중을 내다 본다고 하기 보다는 순간 순간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 크다. 그런 지점들을 많이 생각했다."
- 감독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나. "감독님은 하나부터 열 끝까지 마음을 열어놓고 계셨다. 난 내가 생각한 양태의 모습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랐고, 역으로 양태에 대해 궁금해 하기를 바랐다. 마지막 신에서 막내 형사에게 취조를 당할 때도 원래는 대사가 없었다. 콘티에는 머리를 막는 뒷모습만 있었다. 근데 감독님께서 '양태라면 여기에서 무슨 말을 할 것 같니?'라고 물어 보셨고, 순간 중국말로 '배고프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 '이걸 해도 될까요?'라고 여쭤봤더니 '그래, 좋다. 해봐!'라고 하셨다. 얼굴까지 타이트하게 잡아주실 줄 몰랐는데 감사했다."
- 대사가 많은 캐릭터는 아니었다. "전형적인 악당 중 한 명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양태만 들여다 봤을 때 단순하고 때로는 아이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양태는 쓸모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더 폭력적인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죄책감 없이 행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아픈 것도 웬만하면 티내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봐 주셨다는 관객 분들이 많아 뿌듯했다."
- 실제 성격은 어떤가. "확실히 양태와는 많이 다르다.(웃음) 다만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고 약간 깊고 진중한 구석이 있다.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는 장난을 많이 치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있을 것을 좋아한다." >>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