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의 단독 중계를 맡은 JTBC 중계진 유상철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IS 포토 "나에게 2019년은 없다."
유상철(47) 전남 드래곤즈 신임 감독이 밝힌 결연한 각오다. 유 감독은 울산대를 지휘하다 지난해 12월 노상래(48) 감독이 사임한 뒤에 전남 감독으로 선임됐다. 2012년 대전 시티즌 감독에서 물러난 뒤 6년 만에 프로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내년이 없다는 것, 올해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미다. 2018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전남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도전장을 내민 프로 무대. 설렘과 기대 그리고 희망이 유 감독을 감싸고 있다.
세밑을 앞둔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유 감독은 "프로를 떠난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는지 느끼지 못했다"며 웃었다.
프로를 떠나 있던 긴 세월 동안 감독 유상철은 한층 성장했다. 그는 "대전 시절에는 젊은 패기로 비전과 철학 없이 우승과 승리만 하려고 악을 썼다.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구단과 선수를 보는 시각부터 달라졌다. 멀리 크게 볼 수 있게 됐다. 또 프로 감독으로서의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유상철의 팀만이 가질 수 있는 컬러'를 준비했다. 2018년 전남 도약의 핵심이다.
그는 "전남에 유상철의 색깔을 입힐 것"이라며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전술이다. 나는 전남에서 3가지 전술을 운용할 것이다. 전술이 많으면 오히려 선수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먼저 전술적인 견해를 밝혔다. 또 "지더라도 희망을 전하는 팀으로 만들 것이다. 조직적으로 끈끈한 팀, 그 어떤 팀도 쉽게 볼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체력을 낭비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재미있는 축구를 할 것"이라며 "핵심은 전남의 변화다. 전남은 변해야 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 감독은 전남의 선수들을 믿는다. 그는 "선수들과 상견례를 할 때 눈빛이 살아 있었다. 패배의식에 젖은 눈빛이 아니었다. 변화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며 "선수들의 눈빛을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반드시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훈련하면서도 좋은 느낌만 들었다"고 말했다.
첫 번재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입. 유 감독은 "객관적으로 전남은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 아니다. 그런 전력을 갖추지도 못했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등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팀들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며 "올해 전남의 첫 번째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입이다. 전남의 현실을 봤을 때 상위 스플릿에 들어가는 것은 우승과도 같다. 상위권에 있는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젊은 유망주들을 키워 낼 것이다. 전남은 잠재력이 큰 수많은 선수들이 있다"고 확신했다.
6위 내 진입을 목표로 삼은 유 감독. FA컵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FA컵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FA컵 우승팀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 주어진다.
유 감독은 "리그 우승은 힘들지만 FA컵 우승은 도전해 볼 만하다. FA컵은 변수가 많고 토너먼트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며 "리그 3위 내에 들어 ACL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ACL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FA컵 우승으로 노려 볼 만하다"고 밝혔다.
유 감독의 생각은 2018시즌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 더 멀리 보면서 큰 계획을 짜고 있다.
그는 "올 시즌 경쟁력을 보였다면 다음 시즌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리그에서 ACL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간다면 그다음 ACL 진출한 팀에 어울리는 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 멀리 보고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확고한 입장도 드러냈다. 유 감독은 "팀이 잘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스타 한 명은 꼭 필요하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있어야 한다. 반드시 그런 스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감독이 주시하는 선수는 김영욱(27)이다. 그는 광양제철고 출신. 전남이 자랑하는 유스에서 키워 낸 대표적 선수다.
유 감독은 "현재 전남에는 김영욱이 있다. 전남 유스 출신이다. 많은 빅클럽들이 김영욱을 노리고 있다"며 "하지만 절대 보내지 않을 것이다. 김영욱을 지켜 내 전남의 스타로 키울 것이다. 전남에 남을 만한 보상을 김영욱에게 해 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