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6개 은행의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들에 대해 특별검사를 한다. 이번 검사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고강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FIU와 금감원은 8일부터 11일까지 우리·국민·신한·농협·기업·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검사한다고 7일 밝혔다.
가상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개설한 법인계좌의 아들 계좌들이다. 1개의 법인계좌 아래에 거미줄같이 많은 가상계좌들이 있다.
이들 계좌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돈을 넣고 뺀다.
6개 은행에 만들어진 거래소 관련 계좌는 지난달 기준으로 111개, 예치 잔액은 약 2조원이다. 각 계좌는 최대 수백만 개의 가상계좌를 파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 계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금융기관은 농협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금액’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2일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잔고가 은행 중 가장 많았다.
농협의 가상계좌 발급 계좌는 단 2개였지만 계좌 잔액이 7865억원으로 국내 은행 중 1위였다.
농협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3~4위권 대형사인 코인원의 주거래은행이어서 가상계좌 발급 건수가 가장 적지만, 계좌 잔고는 가장 많다. 가상계좌 수는 수백만 계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은 자산 등 규모 면에서 국내 은행 중 5위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로 국내 은행 중 1위다. 지방 곳곳까지 농협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 가상화폐 거래를 하기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
가상화폐 가상계좌 잔액 기준 2위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으로 4920억원(30개)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최근 두 달간 떠오른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이라는 점이 잔고 급증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가상화폐 가상계좌 잔액이 455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가상계좌 거래소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열어 주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18개 계좌를 내주고 있다. 이들 계좌에는 거래소의 운영자금 총 3879억원이 들어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말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와 가상계좌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은행들은 가상계좌를 발급해 주고 예금 유치 및 수수료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업계는 가상계좌 운영에 따른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FIU와 금감원은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운영하는 데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한다.
FIU는 가상화폐를 ‘고위험 거래’로 규정, 의심거래 등에 40개 이상의 체크리스트 의무를 부과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등 금전 제재와 임직원 해임 등 신분 제재가 가능하며 최악의 경우 계좌가 폐쇄된다.
금융 당국은 시스템이 허술한 거래소를 퇴출하고, 궁극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당국은 일반 법인을 가장한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가 은행의 눈을 피해 개설되고 있으며,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정부 대책에 따라 가상계좌 신규 발급과 기존 가상계좌의 신규 회원 추가를 차단했으며, 기존 거래자는 실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실명 전환은 오는 20일 이후 각 은행과 거래소의 전산시스템 개발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실명 전환 이후 기존의 가상계좌는 출금만 가능하며 입금이 차단된다. 주민등록번호 등이 확인되는 같은 은행의 입출금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