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모바일 게임사 게임빌이 새해 벽두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대규모 개발진을 투입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대형 모바일 게임 ‘로열블러드’를 오는 12일에 정식 출시한다. 로열블러드는 게임빌이 블록버스터급으로 개발한 첫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1월부터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게임빌은 로열블러드로 그동안 부진을 씻어 내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1세대 모바일 게임사의 첫 MMORPG
게임빌은 1세대 모바일 게임사다. 2000년 1월에 설립돼 피처폰용 게임을 서비스하며 성장했으며 2009년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2013년에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컴투스를 700억원에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게임빌의 성공을 견인한 게임들은 ‘놈’ ‘피싱마스터’ ‘카툰워즈’ 등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서는 ‘별이되어라 for kakao’ ‘크로매틱소울’ ‘크리티카: 천상의 기사단’ 등 주로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게임빌은 2018년 무술년에는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모바일 MMORPG로 시장에 도전한다. 첫 주자는 로열블러드다.
이 게임은 게임빌이 처음 내놓는 자체 개발 모바일 MMORPG다. 더구나 100명의 대규모 핵심 개발 인력을 투입해 2년 반 이상 제작하는 등 무척 공을 들였다.
특히 기존 MMORPG와 확실히 차별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돌발 임무로 명칭된 ‘이벤트 드리븐 시스템’과 ‘태세 전환’을 활용한 클래스(직업)별 역할 플레이, 수동 컨트롤로 각 잡힌 협력을 유도하는 ‘보스 레이드’가 대표적인 차별화 콘텐트다.
이벤트 드리븐은 필드에서 흩어져 각자 게임을 즐기다가 특정 장소에서 이벤트가 발생하면 다 같이 모여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길드워2’와 같은 PC 게임에서 종종 선보였지만 모바일 게임에 도입된 적은 거의 없다.
2주마다 시즌제로 펼쳐지는 100 대 100의 대규모 RvR(진영 간 전투)과 최대 500명의 대규모 길드 시스템도 기존 MMORPG에서 보기 힘든 차별점이다.
게임빌은 여기에 ‘착한 MMORPG’라는 가치를 더했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얻는 확정형 성장 시스템’ ‘최고 성능의 장비는 팔지 않음’ ‘모든 아이템은 인게임에서 획득 가능함’ 등 유저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3대 서비스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게임빌이 이처럼 야심 차게 준비한 로열블러드에 대해 게이머의 관심이 뜨겁다. 사전 예약에 100만 명이 몰렸고, 9일 오후부터 시작된 사전 다운로드에도 많은 인원이 몰리며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 게임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게임빌은 로열블러드를 12일 국내에 정식 출시한 뒤 오는 3월 해외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계속된 적자… 위기 탈출 빅카드
게임빌이 로열블러드를 들고나온 것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MMORPG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앱마켓에서 크게 흥행하고 있는 게임들은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 ‘테라M’ 등 모바일 MMORPG다. 게임빌로서는 대세 장르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적 부진도 게임빌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하는 데 한몫했다.
게임빌은 2017년 3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매출 286억원ㆍ영업손실 30억원, 2분기 매출 302억원ㆍ영업손실 42억원, 3분기 매출 254억원ㆍ영업손실 3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7년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게임빌로서는 위기 상황이며, 위기에서 탈출할 만한 카드로 로열블러드를 빼 들었다.
그래서 로열블러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게임빌은 사상 최초로 ‘세계적인 모바일 MMORPG’를 배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게임빌 송재준 부사장은 “로열블러드는 국내 모바일 MMORPG 최초의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라며 “북미ㆍ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세계 10여 개 국가에 포진돼 있는 해외 지사와 함께 글로벌 흥행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게임빌이 로열블러드로 성과를 낸다면 향후 선보일 신작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빌은 로열블러드를 잇는 또 하나의 MMORPG 기대작 ‘탈리온’과 수집형 전략 RPG ‘빛의 계승자’, 출시 5년이 지나도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피싱마스터’의 후속작, 5년 만에 부활하는 ‘게임빌 프로야구(가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