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입막음하기 위해 거액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첫 보도는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었다. WSJ은 “트럼프의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이 대선 직전인 2016년 10월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13만 달러(약 1억 3000만원)를 건넸다”며 “두 사람의 성관계와 관련해 침묵을 지킨다는 조건이었다”고 보도했다.
클리포드(38)는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포르노 배우로, 약 150편에 달하는 포르노 영화에 출연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와 클리포드는 2006년 7월 미 네바다주 에지우드 타호 골프클럽에서 열린 골프대회에서 만났다. “클리포드가 업계 최고 스타 중 한 명이었을 때”라고 WSJ은 전했다. 또 당시는 트럼프의 셋째 부인 멜라니아가 막내아들 배런을 낳은 직후이기도 하다.
WSJ 보도에 대해 코헨은 “내 고객에 대한 기이한 의혹을 두 번째 제기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3만 달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의 고문 변호사를 지낸 코헨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엔 그의 개인 변호사 역할을 맡고 있다.
WSJ은 2016년에도 클리포드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선거 직전인 11월 클리포드가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트럼프와의 관계를 폭로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연락들 끊었다며, 트럼프 진영과 클리포드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코헨은 WSJ에 클리포드의 것으로 보이는 성명서도 보냈다. ‘스토미 대니얼스’라고 서명된 성명서는 “트럼프와는 어떤 로맨틱하거나 성적인 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 역시 “선거 전에 부인한 오래된 재탕 보도”라고 근거 없는 보도로 규정했다. 이처럼 관계자들이 부인하고 있지만, 첫 보도 이후 미 언론을 통해 생생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미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클리포드의 가까운 친구였고, 당시 네바다주 골프장에 함께 있었던 포르노 배우 알라나 에반스의 목격담을 전했다.
에반스는 “골프대회 당일 스토미(클리포드)에게서 트럼프를 만났고, 밤에 어울려 놀 계획이니 함께 놀자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밤에 스토미에게 전화했을 때 함께 있는 트럼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알라나, 와서 같이 재미있게 놀자.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밝혔다.
이어 에반스는 “다음날 스토미를 만나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어제 호텔방에서 트럼프와는 끝냈다. 흰 팬티만 입고 따라다니는 트럼프를 상상해보라’고 하더라”며 “트럼프가 플로리다에 있는 콘도 열쇠를 주려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폭로했다.
미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의 제이컵 와인스버그 편집장도 WSJ의 보도를 뒷받침하는 사실을 뉴욕타임스(NYT)에 공개했다. 그는 2016년 8월과 10월 클리포드를 인터뷰했다. 그에 따르면 클리포드는 인터뷰에서 2006년 트럼프 만났고, 변호사 코헨으로부터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13만 달러를 제안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와인스버그에 따르면 당시 클리포드는 “지급이 늦어지고 있고, (트럼프 측이) 약속을 깰 것 같아서 다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와인스버그는 클리포드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나 문자 메시지를 몇 번 주고받은 뒤 클리포드로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와인스버그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성추문과 스캔들은 대선 기간부터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11월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적 남용: 완전 목록’이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망라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성희롱이나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모두 13명이다. 트럼프는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인 상당수는 의혹이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CNN이 미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1%는 트럼프의 성 스캔들에 대해 “대체로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의회가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도 63%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