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하청 줘서 일할 거면 왜 KBOP를 만들었나. KBO 운영팀에서 하면 되지." (A구단 단장)
"굳이 대행사를 낄 필요가 없다. KBOP가 직접 협상해야 한다." (B구단 마케팅 팀장)
"KBO와 에이클라가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 계약은 KBO가 직접 하는 게 낫다. 그게 맞는 거다." (C구단 마케팅 과장)
2002년 2월 22일에 열린 제1차 이사회. 박용오 당시 총재를 비롯한 8개 구단 사장들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회의를 가졌다. 주요 안건 중 하나가 영리법인 자회사 KBOP의 설립 계획 논의였다. 그리고 그해 프로야구 마케팅 등을 전문으로 하는 KBOP가 만들어졌다. KBOP에서 'P'는 재산이나 소유를 뜻하는 프로퍼티스(Properties)다. 메이저리그에서 운영하는 MLBP와 유사하다. 초상권과 중계권 등을 전문적으로 다뤄 프로야구 통합 마케팅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의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10개 구단 관계자들은 현재 KBOP의 존재 무용론을 이야기한다. 가장 큰 이유는 대행사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클라)와 관계 때문이다. 2006년부터 KBO와 본격적인 관계를 맺은 에이클라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케이블 TV 중계 대행권을 따내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KBOP를 대신해 중계권 대행 업무를 맡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가져간다. 그 금액이 구단의 몫보다 더 크다. 관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A구단 단장은 "직접 해야 하는데 통으로 누군가에게 준 게 문제다. 한 다리를 걸치면 떼어 가는 돈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건 자기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KBOP가 어디에 하청을 줘서 일할 거면 왜 KBOP를 만들었나. KBO 운영팀에서 하면 되지. KBOP에 직원이 부족하면 직원을 뽑으면 되는 문제다. 상식적인 문제다. 그만큼 KBOP가 일을 하지 않는 거다.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요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B구단 마케팅 팀장은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KBOP가 직접 협상하는 게 낫다. 초창기에는 에이클라가 필요했다. KBOP의 전문성이 떨어졌고, 경험도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대행사를 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KBOP가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C구단 마케팅 과장은 "KBO와 에이클라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계약은 KBO가 직접 하는 게 낫다. 그게 맞는 거다"고 말했다.
대행사를 통한 계약 협상의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KBO는 중계권과 관련해 '갑'의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지만 보도의 기능과 중계의 기능을 갖춘 방송사들이 압력을 가하면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제로 2005년 중계권 계약을 앞두고 방송사들은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중계권료를 낮추려 했다. 이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이클라가 들어온 셈이다. 전문적인 대행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D구단 실무자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는데, 당시 중계사는 미디어의 기능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협상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외주 아웃소싱을 준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악순환 속에서 몸집을 키운 곳은 에이클라다. 중계 대행 업무 외에 다양한 사업에도 관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시즌에 운영된 비디오판독센터다.
KBO는 2017년 1월에 비디오판독센터 운영자를 나라장터에서 찾았다. 공개 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이었다. 당시 1년 운영비로 책정된 금액이 5억6000만원. 결과적으로 이 사업을 손에 넣은 사업자는 에이클라였다. 업계에선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불필요한 오해가 계속 확산되는 이유다.
구단 관계자들의 주장은 일관됐다. 그들은 "에이클라에 대행을 맡기려면 KBOP가 있을 필요가 없다. KBOP가 있다면 에이클라에 대행을 줘 돈이 이중으로 나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A구단 단장의 말은 더 직설적이다. 그는 "이번 기회에 다 깨야 한다. 제대로 개혁을 해야 한다. 통합마케팅을 한다고 KBOP를 만들었는데 뭘 했나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