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볼거리로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이벤트 올스타전. 이재영(흥국생명)-이다영(현대건설·이상 22) 자매는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자매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국 배구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손꼽힌 이재영과 이다영은 1996년생 쌍둥이 자매다. 이재영이 언니, 이다영이 동생이다. 진주 선명여고 재학 당시 세터 이다영이 토스하면 레프트 이재영이 공을 코트에 내리꽃았다. 2013~2014시즌을 앞둔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재영이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이다영이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에 각각 입단했다.
자매는 21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시즌 V리그 올스타전에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같은 팀(V-스타)으로 나왔다. 지난해 올스타전에도 나란히 한 팀에 뽑혔지만 이재영이 부상으로 빠졌다.
올스타전에 나서는 모든 선수는 별명이 적힌 유니폼을 착용하는데, 이재영과 이다영은 '내가 누구게?'라고 적힌 올스타전 특별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출전했다.
평소 맞대결 전에 다정한 모습을 보여 왔던 자매는 이날도 늘 함께했다. 경기 전에 몸을 풀면서도 자석처럼 딱 달라붙어 줄곧 대화했다. 여자부 경기가 끝난 뒤 남자부 이벤트 행사가 진행될 때도 코트 밖에서 함께 다녔다.
발랄한 자매는 다양한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1세트 10-9에서 역할을 바꿨다. 언니 이재영이 공을 올리자 이다영이 공격 득점을 올렸다. 이어 이다영이 서브 에이스를 올리자 황택의(KB손해보험)를 불러 싸이의 뉴 페이스(New Face)에 맞춰 커플 댄스를 했다. 이다영은 지난해에도 황택의·박미희 흥국생명 감독과 커플 댄스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다영은 2연속 서브 에이스를 올린 뒤 소속팀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에게 다가가 댄스를 권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을 추천했다. 이다영은 이번에는 신진식 감독과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언니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재영은 오랜만에 동생과 호흡을 맞춰서인지 공격성공률이 10%에 그쳤다. 2세트 중반에 공격 범실이 선언되자 주심에게 다가가 판정 번복을 요청하는 듯한 앙증 맞은 애교 댄스를 선보였다. 이어진 공격 기회에서도 범실하자 또다시 애교 댄스를 했고, 결국 옐로카드를 받았다.
자매는 함께 준비한 회심의 카드도 꺼냈다. 지난해 이재영의 부상으로 선보이지 못한 박지윤의 '성인식' 댄스를 이번에는 했다. 자매는 벤치에 있던 신진식 감독의 손을 붙잡고 나와 춤췄다. 벌겋게 달아오른 신 감독은 얼굴을 가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둘은 향후 한국 배구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주자다. 입단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은 이재영은 올해도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전체 6위, 국내 선수 득점 1위(372점)에 올라 있다. 그동안 염혜선에게 가려 백업 세터였던 이다영은 이도희 감독 부임과 동시에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해 한층 향상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3년 연속 세리머니상을 수상한 이다영이 이번에는 올스타전 여자부 MVP로 처음 뽑혔다. 이다영은 "세리머니상보다 MVP가 더 좋다"며 웃었다. "(언니와) 서로 준비를 많이 했고, 흥도 많이 올랐다. 그런데 따로 준비한 노래가 나오지 않아 많이 못 보여 줬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오랜만에 이재영과 호흡을 맞춘 점에 대해 "정말 경기가 아니어서인지 덤덤했다. 또 (이)재영이의 플레이가 학창 시절과 달리 바뀌어서 힘들고 부담됐지만,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설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