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껌’으로 불리는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이 출시 17년 만에 최대 고비를 맞았다. 식품 당국이 충치 예방 기능성 식품 원료로 쓰이는 ‘자일리톨’의 효과에 대한 전면 재검증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껌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제과 측은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효과는 학계 내에서도 널리 인정되고 있어 재승인을 낙관한다”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재평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일리톨 덕에 1조8000억원 번 롯데제과
식약처는 오는 3월부터 충치 예방 기능성 식품 원료인 자일리톨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새로 나온 국내외 연구 논문 등 각종 자료를 토대로 재검증을 진행해 충치 예방의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나면 기능을 제한하거나 건강 기능 식품 원료 시장에서 퇴출할 방침이다.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은 건강 기능 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으로 식약처의 재검증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롯데제과는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효과를 강조해 큰 수익을 올려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식약처가 ‘자일리톨이 충치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낼 경우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 판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롯데제과는 국내에서 자일리톨에 대해 생소했던 2000년에 자일리톨껌을 출시하면서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펼쳤다. 치과 의사들을 동원한 마케팅 활동으로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냈다. 이후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은 국내 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자일리톨껌은 출시 2년 만인 2002년 역대 최고 매출인 18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월평균 100억원ㆍ매년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2017년에는 누적 매출 1조8000억원을 돌파하며 전체 껌 시장의 40%를 장악했다.
롯데제과는 식약처가 자일리톨의 효능을 인정하지 않아도 판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일리톨껌 소비층이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식약처가 재검증으로 자일리톨이 충치 예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올지라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자일리톨껌을 씹은 뒤에 효과를 본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앞으로도 매출은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지적에도 자일리톨 효능 강조는 여전
식약처는 2008년 일반 식품인 자일리톨껌에 예외적으로 ‘충치 예방’이란 표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자일리톨껌이 충치 예방 기능을 발휘하려면 성인용 기준으로 하루 12∼28개를 씹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식약처도 2017년 2월 자일리톨껌에 이 표현을 쓸 수 없도록 했다. 롯데제과는 자일리톨껌에서 충치 예방 문구를 뺐다.
하지만 업계는 롯데제과가 각종 캠페인 등으로 자일리톨껌의 충치 예방 효과를 은근히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공동으로 펼쳐 온 ‘닥터자일리톨버스’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롯데제과가 충치 예방 문구를 뺐으면서도 치과 의사들을 동원한 캠페인으로 자일리톨껌의 효능을 어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롯데제과는 자일리톨껌이 치아 석회화를 막는 효능이 있는 후노란·인산칼슘·CPP(카제인포스포펩타이드) 등을 함유해 충치 원인이 되는 뮤탄스균의 치아 부착을 억제해 주고 치아에 붙어 있는 충치균 제거를 도와준다고 홍보해 왔다. 자일리톨껌과 치아 건강의 연관성을 어떻게든 부각하려는 것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닥터자일리톨버스캠페인’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소외된 지역민의 치아 건강을 위해 실시해 온 것이다. 자일리톨껌의 충치 예방 효과를 강조하려는 마케팅적 차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학계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연구 논문이나 유럽 사례를 보면 자일리톨이 충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가 많다”며 식약처의 재검증 결과를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