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주영.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생소하다.그러나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과 역할을 설명하면 '아 그 배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치즈인더트랩'에서 박해진을 짝사랑해 김고은을 괴롭히는 경영학과 퀸카 남주연 역으로 데뷔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돈을 좇아 사랑을 배신한 재벌집 며느리 아나운서 최지연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 종영한 '저글러스'에서는 비중이 좀 더 높아졌다. 도도한 비서이자 사연있는 마보나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극 중 백진희(좌윤이)와 대립 관계를 보이다가도, 슬픈 가정사에 눈물을 보이는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최근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만난 차주영은 차분했다. 자기 생각을 술술 털어놨고, 배우에 대한 열정도 넘쳤다. 유타대학교를 졸업하고 늘 마음에 담아두던 배우의 삶으로 뛰어들었다.
늦은 나이에 데뷔라 집안에서의 반대도 거셌다. 이를 무릅쓰고 '하고 싶다'라는 갈망 하나로 몸을 던졌다. '악녀'만 맡아 차가울 것 같았던 그의 이미지에 열정이 더해지자 다양한 색깔의 배우 모습이 보였다. 지금은 모든 게 처음이었다. 눈물 연기도 처음이었고, '저글러스' 같은 좋은 현장을 만난 것도 처음이었다. 선배들과 케미를 맞춘다는 것도 그에겐 큰 가르침이었다. 배워가는 과정들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기대할만한 배우라고 느꼈다.
-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아쉼게 9%에서 그쳤다.
"10%를 못 넘어서 아쉽고 진심으로 서운하다. 모든 출연진이 마지막 날에 시청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10%를 못 넘은 걸 확인하고 아쉬워했다."
- 종영 후 뭐 하고 지냈나.
"아직도 종영한 게 실감 안 난다. 그동안 집에만 있었다. 작품이 끝나고 나니까 몸살이 바로 왔다. 그래서 쉬었다."
-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고 입을 모으더라.
"또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말 좋았다. 이런 현장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같다."
- 뭐가 가장 좋았나.
"생방송 스케줄이었는데 누구하나 언성을 높이거나 예민하게 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감독님부터 젠틀하고 차분했다. 신경질 내는 감독님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좋은 분위기에서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들도 유쾌하고 배려하는 분위기였다."
-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한가.
"처음에는 헷갈렸다. '잘해서 오케이'인지 '이 정도면 됐으면 오케이'인지 감이 안 왔다. 김정현 감독님은 배우에게 판을 깔아주는 분이더라.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짚어주신다."
- 본인의 연기에 만족하나.
"물론 항상 아쉽다. 자만과 별개로 스스로한테 감회가 남달랐던 작품이다. 부족한 점은 셀 수 없게 많지만 그래도 잘 버텨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는데 꽤 큰 역을 맡았다.
"시작 전부터 다른 배우 선배님보다 경력이 적고 덜 알려진 배우다. 제작진 이하 모든 분이 마보나가 극에서 중요한 인물이고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말을 하더라. 그래서 '꼭 하고 싶고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부담감을 느꼈던 이유는 마보나의 가정 배경을 알고 들어갔다. 다른 분들은 모르고 나만 알고 있었다. 이걸 모르고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유쾌한 드라마에서 무겁고 동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상당 부분 의도했던 바다."
- 극 중 보나는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유독 어두웠다.
"친구들과 있을 때도 가끔 나오는 눈빛이 어두웠다. 촉이 빠른 시청자들은 '저런 눈빛 뭐지. 나중에 뭐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더라. 감독님께서 편집을 흐름상 잘 잡아줬다."
-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었다.
"최대철·인교진 선배님이 악역을 귀엽게 풀어냈다면, 나 같은 경우엔 극중 유일한 악역이었다. 그런데 악역다운 악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다. 다들 드라마적인 판타지 요소가 있는데 마보나는 악한 모습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하는 모습이 주변에 있을 법했다. 악역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했다."
- 본인 연기를 모니터하나.
"못 보겠더라. 한동안 안 보다가 클립은 챙겨보려고 한다. 객관성을 위해선 필요한 것 같다. 내가 한 연기가 잘 전달됐다는 걸 댓글로 확인했을 때 신나더라. '먹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나만 진심으로 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보는 사람은 내 맘 같지 않지 않나. 내가 한 게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았다."
- 비서 역할을 해보니 실제로도 할 수 있을 것 같나.
"적성에 맞을 것 같다. 마보나처럼 여유 없고 팍팍한 삶을 찾진 않지만 일 하면서 프로페셔널함을 보이는 건 잘할 것 같다. 실제로 비서 교육도 받았다. 비서는 센스도 필요하고 누군가를 어시스던트 하는 일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괜찮은 대안을 제시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일인데 그분들이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클 것 같더라. 최전방에서 해내는 걸 보고 어렵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