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다. 강동원이 주인공 건우 역을 맡았다. 김의성, 김성균, 김대명, 한효주 등이 출연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동원으로 시작해 강동원으로 끝난다. 달리고 또 달리는 그는 순진한 얼굴로 언제나 울상을 한 채 어설픈 모양새로 잘도 도망다닌다. 강동원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이들에겐 실망을 줄지 모른다. 극 중 김의성이 연기하는 민씨는 건우에게 "하여튼 저 인간 중독성있네"라는 말을 던진다. 관객에게도 마찬가지. 팔자 눈썹을 한 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서울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어설픈 강동원에게 중독될지 모른다.
강동원은 화려하진 않지만 시선을 끄는 액션신을 소화한다. 청소기 충전 전기줄을 잡고 3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맨홀 안에서 달리고 또 달린다. 강동원은 "액션 영화를 꽤 많이 찍었는데, 액션 자체가 고난도는 아니었다. 많이 뛰어다니느라 고생은 좀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동원은 액션보다 행인들의 시선이 자신을 힘들게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강동원은 "뛰는 것보다 많은 인파에 묻혀 있을 때가 조금 힘들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촬영하는데 다 막아놓고 찍을 순 없다. 행인들은 길 가다가 제가 갑자기 튀어나와 연기를 하고 있으니 어이없어 하시더라. 눈 마주치니 민망하고 창피했다. 그런 점들이 힘들었다"며 웃었다.
이 영화는 사실 제작 전부터 강동원이 직접 리메이크를 욕심낸 작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7년 전부터 원작의 영화화를 제작사에 제안해 출연까지 했다. 강동원은 "원작이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한 주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하다보니 한국 관객에게 와닿는 각색이 가능할지도 관건이다. 노동석 감독은 "한국적 정서를 어떻게 잘 전달할까 고민했다. 그래서 신해철의 노래를 넣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 주위에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가 전달됐으면 했다. 관객분들이 감정 이입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의외의 발견은 액션배우 김의성이다. 전직 요원이자 강동원의 조력자인 민씨를 연기한다. 강동원 대신 화려한 액션을 도맡는다. 마지막 퇴장까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김의성은 "액션이 부담됐다. 두달 정도 일주일에 두세번 액션 스쿨에 가서 꾸준히 준비했다. 비주얼을 담당하는 스태프가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게 무리인 것은 알고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 영화엔 허점이 많다. 108분간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반전 없이 강동원만 달리고 또 달린다. 강동원과 친구들의 우정이 중간 중간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엔딩 부분에서 마지막 한 방을 날리긴 하지만 스토리가 다소 단순하다. 강동원에게만 분량이 쏠린 나머지, 한효주와 김대명, 김성균이 오열한다해도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이 잘 와닿지 않는다는 약점도 있다. 사건과 사건 사이 이음새가 자연스럽지 못한데다 실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작위적 상황도 등장한다. 오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