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중견배우 못지 않은 경력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일찌감치 '1000만 소녀'에 등극했고, 원톱 주연물로 대박 흥행을 이끈 저력도 인정 받았다. 그 후 찾아 온 슬럼프는 여전히 심은경(23)에게 많은 고민과 생각을 떠안겨 주고 있다. '너 행복하니?'라는 자문을 비롯해 '연기의 어려움'도 매일 느끼고 있다는 속내다. 지금의 심은경을 있게 한 영광스럽고 값진 경험들이 '배우 심은경'에게 진짜 '약'이 되려는 과정이다. 쌓아야 할 것이 많은 만큼 더 많이 비우려 한다는 심은경은 '단순함'을 삶의 모토로 '단단함'을 지켜 나가고 있다. 상반기 나란히 선보이게 된 '염력(연상호 감독)'과 '궁합(홍창표 감독)'은 열일의 흔적으로 심은경을 또 한번 성장시킬 전망이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조연과 특별출연 격이었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 '부산행'으로 1000만을 맛 봤다. "관객 수는 신의 영역이다. 내가 조연으로 나왔든, 주연으로 나왔든 1000만 이상의 관객 분들이 그 영화를 사랑해 주셨다는 것은 분명 감사할 일이다. 그만큼의 영광은 없는 것 같다. 너무 값지다. 그 작품들 덕분에 지금의 나도 존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계산없이 '염력'을 택했다고 했다. 다른 작품들도 그런가. "전혀. '나 이번에 계산 좀 해야지. 영리하게 뭔가를 해 볼까?' 하다 보면 오히려 방해물이 많아진다. 요즘 드는 생각이 '좀 더 단순해져야겠다'는 것이다. '더 많이 비워내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많이 비워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많이 남았다. 쌓아야 할 것이 많은 만큼 버려야 할 것도 많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이 교차하고 있다."
- 원래 역할의 크기는 크게 따지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함에 있어 나에게는 아주 상관없는 문제다. 좋으면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기준도 없다."
-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 "행복?(웃음) '넌 행복하니, 은경아? 연기가 좋니?'라고 항상 묻는다. 여러 번 말했지만 연기가 어렵다. 쉽지 않다. 언젠가부터 두려움도 많이 느끼고 있다. 작품을 하기 전에는 하기 전이라 두렵고, 끝나고 나서는 '잘 했을까' 싶어 두렵다. '정말 재능이 있는 걸까'라는 질문도 끊임없이 던진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 아쉬움이 커서 그런 것일까. "글쎄. 난 내가 늘 아쉽다. 항상 그렇다. 할 때는 되게 재미있게 다 쏟아붓는데 하고 나면 '맞는 건가' 의문이 든다. 이런 마음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내려놓은 것이다. 과거에는 연기를 하려면 무조건 재능이나 탁월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난 그것에 충족하는 사람인가' 자괴감이 들었던 것 같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다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 중이다."
-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결국 답은 시간인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연기는 나에게 일 아닌가. 일을 하는건 좋다. 지금 내가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기를 하고 있을 땐 신난다. '그것만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나를 다잡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이 바로 '염력'이었다. 촬영할 때마다 문득 '그래, 연기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
- 많은 복잡함을 끌어안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또 평소에는 되게 단순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웃음) 어떤 것을 욕심내기 보다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먼저 찾고 싶다. 작품도 섣부르게 선택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 보면서 정말 하고 싶은 것에 배팅하려 한다. 헷갈릴 때도 있지만 '오늘 하루 잘 보냈으면 보람찬 것 아닌가? 행복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 연기를 하지 않을 땐 주로 뭘 하나. "진짜 완전 단순하게 산다. 말 그대로 그냥 산다.(웃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아직 20대다 보니 '놀 수 있을 때 많이 놀아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 놀 수 있을 떄 많이 놀고 있다. 하하. 물론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노는거야?' 하실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게 노는 것이다."
-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하다. "별거 없다. 동네 앞 카페에 가서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다. 아마 아르바이트하는 분들도 '쟨 뭐하는 애지?'라면서 궁금해 하실 수 있다.(웃음) 시간 날 때마다 가서 앉아 있다가 온다. 책을 읽을 때도 있고. 최근에는 '염력' 홍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럼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된다. 나에게는 소소한 힐링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