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심은경 "박정민은 '박배우님'·이승기는 '오빠'"

웬만한 중견배우 못지 않은 경력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일찌감치 '1000만 소녀'에 등극했고, 원톱 주연물로 대박 흥행을 이끈 저력도 인정 받았다. 그 후 찾아 온 슬럼프는 여전히 심은경(23)에게 많은 고민과 생각을 떠안겨 주고 있다. '너 행복하니?'라는 자문을 비롯해 '연기의 어려움'도 매일 느끼고 있다는 속내다. 지금의 심은경을 있게 한 영광스럽고 값진 경험들이 '배우 심은경'에게 진짜 '약'이 되려는 과정이다. 쌓아야 할 것이 많은 만큼 더 많이 비우려 한다는 심은경은 '단순함'을 삶의 모토로 '단단함'을 지켜 나가고 있다. 상반기 나란히 선보이게 된 '염력(연상호 감독)'과 '궁합(홍창표 감독)'은 열일의 흔적으로 심은경을 또 한번 성장시킬 전망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부산행' 때는 짧게, '서울역' 때는 목소리 연기였다. 연상호 감독과 현장에서 긴 시간 호흡맞춘 작품은 '염력'이 처음일텐데.
"내가 경험한 감독님은 변수에 뛰어난 분이다. 촬영을 하다보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감독님은 거기에 대한 대처를 엄청 잘한다. 틀에 맞춰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으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굉장한 순발력은 아무로 못 따라갈 것 같다."
 
- 배우들의 애정이 대단하다.
"정말 최고로 꼽고 싶은 것은 공감능력이다. 모든 배우들과 모든 스태프들이 감독님을 그렇게까지 따르게 만드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감독님이 '나만 믿고 따라와~'라는 식으로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헐랭(웃음) 하신데 일단 강압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구든 우러나와 즐기면서 일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이끌어 주신다."
 
- 예를 들면?
"춘천에서 한달간 촬영할 때 막 무더위가 시작됐다. 외부 촬영이 많다 보니 다들 힘들어 했는데 감독님이 한달간 커피차를 쏘셨다. 뭐랄까. 단순히 '커피차를 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는 그 마음에 감사하지 않냐. 모든 사람들의 수고를 안다는 것이고 어떤 점에서 힘들어 하는지 안다는 것이니까."
 

- 연기 디렉팅도 뛰어났다고.
"'감독님이 대신 해주시면 안되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웃음) 그런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연기를 너무 너무 잘하신다. 지켜보면서 여러번 '대단하다'고 느꼈다."
 
- 박정민과 러브라인은 편집된 부분이 있는 것인가.
"아니다. 시나리오에도 그 정도로만 표현돼 있었다. 박배우님과 첫 촬영을 같이 했다. 내가 원래 첫 촬영날은 유독 더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염력' 때도 그랬다. 삼계탕 집에서 나와 주차장 안내까지 하는 신을 이어서 촬영했다. 어떻게 보면 지나가는 신으로 보일 수 있고, 어려운 신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너무 떨리더라. 박배우님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
 
- 호칭이 '박배우님'인가.
"내가 워낙 정민 배우님 팬이기도 했고 뭔가 오빠라는 칭호가 애초부터 입에 안 붙어서 그런지 그렇게 부르게 됐다. 정민 배우님은 '은경씨~'라고 부른다.(웃음) 그렇다고 안 친한 것은 아니다. 라디오에 나갔을 때 '안 친한 것 같다. 어색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니다. 현장에서도 이야기 많이 했다."
 

-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평범한 연기가 더 어렵지 않아요?', '그쵸. 이런 연기가 어렵죠.' 뭐 이런?(웃음) 내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긴 하지만 이야기 할 때는 또 잘한다. 정민 배우님이 매번 잘 받아주셔서 고마웠다."
 
- 왜 박정민의 팬이 됐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들었고 '동주'를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정말 대단한 배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꼭 한번 한 작품에서 호흡 맞춰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염력'에서 바로 만나게 돼 기뻤다. 박정민 배우가 캐스팅 됐다고 했을 때 '우와! 감독님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쳤다.(웃음) 그 정도로 팬이다."

- 2월 말에는 3년 전에 찍어둔 '궁합'도 개봉한다.
"개봉은 배우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떠한 권한도 없기 때문에 '배급사에서 적절한 시기에 내 놓은 것이겠지'라고 믿고 있다. 난 배우로서 충실히 참여한 것 밖에 없다."
 

- '궁합'에서는 이승기와 로맨스를 선보인다.
"승기 오빠와는 한동안 연락을 못했다. 군대에 계셨기 때문에.(웃음) 요즘 행보 잘보고 있고, 멀리서 늘 응원하고 있다. 우리 곧 만나게 될 것 같은데 내 낯설음에도 뭔가 당황해 하지 않고 잘 풀어 주실거라 믿는다. 워낙 매너가 좋은 분이라. 홍보 활동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파이팅 입니다!"
 
- 영상없는 영상편지 같다. 이승기는 호칭이 '오빠'인가.
"아…. 승기 오빠는 처음부터 오빠라고 불러서. 하하. 처음에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부터는 승기 배우님으로 하겠다.(웃음)"

- 그외 작품을 통해 만나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남배우 보다는 여배우들이 몇 분 계신다. 일단 (정)유미 언니. '부산행'도 '염력'도 같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부딪칠 신이 없었다. 유미 언니는 너무 좋은 배우이자 좋은 언니다. 제대로 만나고 싶다. 그리고 김태리 씨.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태리 배우님과도 연기해 봤으면 좋겠다. 좋은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③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e-mail]
사진= 매니지먼트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