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다. 평화 올림픽을 주제로 내건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이를 상징하는 유일한 남북 단일팀이다.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한국은 스위스와 2018 평창겨울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격돌했다. 새러 머리 한국 감독은 22인 엔트리에 3명의 북한 선수를 투입했다. 정수현이 2라인, 김은향이 3라인, 4라인에 황충금이 자리했다. 역사적인 단일팀의 라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관전을 하는 등 평화 올림픽의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하지만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평화를 상징할 뿐 다른 그 어떤 메시지를 전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승리가 힘든 경기였다. 스위스는 세계랭킹 6위의 강호다. 한국은 22위, 북한은 25위다. 그렇다고 해도 이정도로 격차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은 스위스에 일방적으로 밀렸고, 스위스는 경기 내내 한 수 위 기량을 자랑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게다가 스위스가 강호이기는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 세계 최정상급 팀도 아니다.
단일팀은 급하게 짜인 팀이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16일 훈련이 전부였다. 조직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은 조직력에서 삐걱거렸다. 공격과 수비에서 실책이 연이어 나왔다. 집중력도 떨어졌다.
조직력에서 무너진 한국은 1피리어드에만 3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2피리어드 초반에 2골을 더 허용하며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스위스의 뮐러는 홀로 4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평화의 상징인 팀은 홈에서 0-8 대패를 당했다.
물론 단일팀이 우승을 노리는 팀은 아니다. 성적 보다 그들이 가진 평화의 의미가 더욱 큰 팀이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평화로 만족할 수 없다. 평화와 함께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경쟁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경기력도 감동적이어야 한다.
평화는 평화고 경기력은 경기력이다. 평화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 수준의 팀들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