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지난 1일 구단 인사를 단행했다. 대상자는 19명. 이번 인사의 핵심은 경영본부장으로 복귀한 전 단장 A씨다.
A씨는 2016년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를 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2014년 투수 이성민의 승부조작 의혹을 인지하고도 은폐,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10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NC는 2017년 1월 31일 유영준 스카우트 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하는 인사를 진행하면서 A씨를 신설된 국제업무 운영 담당으로 이동시켰다. 보름 뒤인 2월 14일 사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원래 보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1년여 만인 지난 1일 요직으로 복귀했다. A씨는 황순현 대표이사, 유영준 단장과 함께 NC 야구단에 세 명밖에 없는 임원 중 한 명이다.
구단 내부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말이 많다. NC는 2016년 7월 21일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가 발표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에서 투수 이태양이 이름을 올려 영구 제명됐다. 검찰은 수사 발표 한 달여 전 내사에 들어갔고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2012년 2월 이후 4년 5개월여 만에 발생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었다. 책임은 분명했다. A씨는 구단 컨트롤타워로 선수를 관리하는 직책에 있었다.
사기에 대한 무혐의와 별개로 이성민의 승부조작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고,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를 택해 롯데는 임의탈퇴로 이성민을 공시했다. 이성민은 2014년 7월 4일 경기에서 1회 볼넷을 던지는 대가로 브로커에게 3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당시 소속팀은 NC. A씨는 역시 관리자였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있다. 2017년 2월 검찰 수사 발표에서 인터넷도박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약식기소된 투수 K씨다. 애초에 경찰 조사에서 K씨는 승부조작(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를 함께 받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 발표에선 승부조작이 제외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의정부지검 관계자는 "K씨가 승부조작 제안을 한 사실은 맞다. 하지만 '내가 제안을 하면 해 주겠냐'는 선이었다. 어떤 행위에 얼마 정도의 금액을 주겠다는 등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범죄가 성립되진 않았지만, KBO 규약에 따르면 충분한 제재 대상이다. KBO 규약 148조 [부정행위]는 승부조작 등과 '유사한' 경기의 공정성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구단 임직원은 보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제명까지 징계할 수 있다.
NC는 2014년 사회복무요원이던 K씨가 구단 투수와 야수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KBO에 보고하지 않고 방출 절차를 밟았다. 승부조작 '미수' 사건을 구단 안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했다. K씨는 NC를 떠난 뒤 2016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프로야구에 복귀했다. 이때도 NC는 KBO에 보고하지 않았다. 법적인 처벌은 무혐의지만, KBO 규약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이다.
KBO 관계자는 12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KBO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KBO는 보고 누락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5000만원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K씨가 이미 NC를 떠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흐지부지 일 처리가 진행됐다. 이태양과 이성민 징계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승부조작 미수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가 없어 책임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이태양과 이성민의 승부조작 그리고 K씨의 인터넷도박이 이뤄진 시점에서 선수단을 관리·운영한 담당자다. 이성민의 재판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번 인사가 다소 성급해 보일 수 있는 이유다.
NC 야구단은 크게 운영과 관리 분야로 나뉜다. 운영은 유영준 단장, 관리는 김명식 관리본부장이 담당했다. 김명식 본부장은 2017년 1월에 단행된 조직 개편 때 영입한 변호사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뒤 신설한 윤리감사관의 직책을 함께 수행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팀을 떠나면서 자리가 공석이 됐고, 2월 1일 인사를 통해 A씨가 경영본부장이라는 이름으로 맡게 됐다. 마케팅과 홍보 분야 등을 총괄하는 요직. 대신 그가 맡았던 국제업무 담당 파트는 1년 만에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인사에선 전 운영본부장 B씨도 대표이사 스태프(사장 특별보좌)로 복귀했다.
NC는 올해 1월 황순현 대표이사 체제로 새 출발을 했다. 취임 이후 일간스포츠 내방 당시에 그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정이 투명해야 결과에 대해 팬들도 수긍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
황 대표이사는 일간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이태양 건은 모범적으로 수사에 협조해서 창원지검으로부터 오히려 감사 인사를 받은 사례"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성민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사를 낸 것엔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승부조작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 발표가 아닌가.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