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켈레톤의 희망 윤성빈(24·강원도청)의 별명은 '아이언맨'이다. 주행 최고 속도가 시속 145.44km, 바람보다 빠르게 트랙을 질주하는 윤성빈의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형형하게 빛나는 아이언맨의 눈을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영화 '아이언맨'에서 따온 헬멧 디자인 덕분이다.
그가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건 헬멧 때문만은 아니다. 두 팔을 몸에 바짝 붙이고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나는 아이언맨처럼, 썰매 하나에 몸을 싣고 총알처럼 트랙으로 나가는 모습은 아이언맨과 꼭 닮았다. 전 세계 언론들도 윤성빈을 '아이언맨'이라고 부른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할 때마다 현지 방송 중계에선 "저 색깔과 헬멧 그리고 썰매를 보라. 그야말로 '아이언맨'"이라고 윤성빈을 소개하곤 했다.
전 세계가 인정한 '아이언맨' 윤성빈은 15·16일 양일에 걸쳐 열리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켈레톤 1~4차 주행에 나선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누구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 만약 윤성빈이 네 차례 주행을 통해 가장 빠른 기록으로 1위를 거머쥔다면 그는 진짜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가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던 종목, 스켈레톤에서 최초로 메달을 따낸 선수로 역사에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은 그동안 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썰매 제작 기술, 철저한 장비 관리, 훈련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철저히 유럽과 북미 쪽에 중심축이 기울어져 있었다. 수많은 선수들이 도전에 나섰지만 높디높은 유럽·북미의 벽에 가로막혔다. 2012년 9월, 윤성빈이 스켈레톤에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스켈레톤 불모지 한국에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한 윤성빈은 침착하게 스켈레톤 지형도를 바꿔 나갔다. 올림픽 데뷔전이던 2014 소치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인 16위를 기록,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윤성빈은 2013년 70위였던 세계 랭킹을 5년 만에 1위로 끌어올리며 메달 후보 1순위로 올라섰다.
모두가 비웃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썰매를 시작했던 소년은 어느새 모두가 경계하는 최강의 '아이언맨'으로 트랙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특수 제작한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 처음 나선 윤성빈은 공식 연습 3·4차 주행에서 각각 50초81, 50초99를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설렁설렁 뛰고도 경쟁자인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보다 좋은 기록이었다. 코스에 대한 분석도, 얼음에 대한 적응도 완벽하게 마친 윤성빈은 "굳이 더 연습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남은 건 연습해 온 대로 실수 없이 주행을 마치는 것뿐이다. 헬멧에 그려진 아이언맨의 눈이 흔들림 없이 정면을 바라보기만 한다면, '황제'도 침묵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