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은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섹션에 공식 초청되면서 주연배우 이성재·후지이 미나와 함께 영화제에 참석했다. 세 사람은 17일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영화를 첫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털어놨다.
하지만 영화보다 주목받은 내용은 국내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던 김기덕 감독의 폭행사건이다.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 폭행사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회피하지 못한 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며 "영화와 비교해 내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단언했다.
김기덕 감독은 "많은 스태프들이 보는 가운데 연기지도 리허설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당시 그런 상황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었다. 배우와 해석이 달라 일어난 일로 생각된다"며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억울하지만 승복한다. 많이 반성했고 시스템과 연출 태도도 바꿨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없이 남성 배우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한 혐의로 고소 당했다. 최근 법원은 폭행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김기덕 감독은 "난 영화를 만들 때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째는 안전이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와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 두번째는 존중이다. 영화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배우나 말단 스태프를 인격을 모독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태도로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4년 전 일이 이렇게 고소 사건으로 이어진 것은 나로서도 유감스럽다"며 "이번 일이 영화계 전반과 연계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개인적 사건으로 이해 및 반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은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쟁을 영화로 압축하고 싶었다"는 김기덕 감독은 "작품 속 조폭이 상징하는 것은 군인이다. 인류는 어떻게 시작해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담으려 했다"고 해석했다.
또 "이 영화만은 2000억 원 정도의 대자본을 갖고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만들고 싶었다."블록버스터로 인류 역사의 많은 사건을 응축시켜 성경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하지만 회사 자본 2억 원으로 아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넣고 싶은 메시지는 다 넣었다. 영화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이 배우들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와 함께 김기덕 감독은 현재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질문에 "가장 지혜롭고 가장 선하고 가장 강한 분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분을 통해 한국의 역사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한이 열강에 둘러싸여 있지만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김기덕 감독은 "나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초대해준 영화제 위원장 등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퇴역한 군함을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바다를 항해하던 군함이 미지의 공간에 다다르자 탑승객들은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비극적 사건들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근석, 안성기, 이성재, 류승범, 후지이 미나 등 한일 배우들이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