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1·2위를 다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을 홍보 모델로 선택했다. 국민은행이 방탄소년단을 발탁하자 신한은행이 워너원을 내세웠다. 은행권에서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을 비슷한 시기에 홍보 모델로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양측의 리딩뱅크 경쟁이 아이돌 모델 경쟁으로 번졌다.
국민·신한, 홍보 모델로 최정상급 아이돌 기용
신한은행은 22일 남자 아이돌 그룹인 워너원을 홍보 모델로 내세운 모바일 통합 플랫폼 '신한 쏠'을 출시한다. 신한 쏠은 신한은행의 기존 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로 통합한 플랫폼이다.
신한은행은 신한 쏠 홍보에 워너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규 적금 상품인 '쏠편한 선물하는 적금' 출시 기념으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워너원 멤버가 직접 적금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또 오는 3월에 개막하는 '2018 신한 마이카 한국프로야구'의 온·오프라인 홍보 때도 워너원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방탄소년단(BTS)과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자사의 모바일 뱅킹 앱 '리브' 이용 고객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일 리브에 방탄소년단 전용관을 개설하고 12초짜리 CF 티저 영상을 앱 내에서 먼저 공개했다. 방송이나 웹이 아닌 자사 앱에서 티저를 공개한 것은 금융권에서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또 리브 고객 유치를 위해 각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벌써 홍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티저 영상의 조회 수는 5만8000뷰를 넘어섰다. 리브 앱 가입자는 티저 영상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6579명을 기록했다. 2016년 6월에 출시된 리브(현재 누적 가입자 295만6754명)의 일평균 가입자 3000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디지털 리딩뱅크 경쟁 불붙어
은행들이 아이돌을 홍보 모델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정상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두 은행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는 최정상급 아이돌을 홍보 모델로 각각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양 사의 리딩뱅크 경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 올 한 해 안에 리딩뱅크를 탈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9179억원으로, KB금융의 3조3119억원에 뒤처지며 리딩뱅크 자리를 뺏겼다. 2008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신한을 제친 KB금융은 올 한 해 동안 실적을 다져 1등 자리를 지켜야 한다.
두 은행의 리딩뱅크 경쟁의 첫 격전지는 디지털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아이돌 그룹을 자사의 디지털 플랫폼 홍보에 앞세웠다.
워너원이 홍보하는 신한 쏠은 지난해 3월에 취임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내놓은 첫 번째 디지털 야심작이다. 특히 신한 쏠은 신한S뱅크·써니뱅크 등 은행 관련 6개 앱을 통합하면서 금융권 내에 앱이 너무 많아 복잡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개선했다. 위 행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디지털 영업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디지털 부문 혁신을 강조했다.
KB금융도 이에 뒤질세라 리브 플랫폼을 강화하고 나섰다. 리브에 경조사비를 간편하게 보내는 기능이나 더치페이 기능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대화형 뱅킹 플랫폼 '리브똑똑'에 입출금 계좌나 펀드 수익률 확인 등의 기능을 넣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두 은행이 홍보 모델로 정상급 아이돌을 기용해 젊은층을 겨냥한 디지털 플랫폼의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올해 리딩뱅크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