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의 이상호(23·한국체대)가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스키가 1960년 미국 스쿼밸리 동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래 58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다.
이상호는 24일 오전에 열린 예선을 3위로 통과했고, 16강에서 드미트리 사르셈바에프(OAR) 8강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 4강에서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차례로 누른 뒤 결승에 올라 네빈 갈마리니(스위스)를 상대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깜짝 이변을 만들었다.
강원도 정선 사북 출신인 이상호에게 이번 올림픽은 ‘고향’에서 열리는 뜻 깊은 대회였다. 또한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 대회전 종목이 열린 휘닉스 파크는 자신의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이상호는 홈 그라운드에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시상대 위에 우뚝 섰다.
이상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집 근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이로 인해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팀원 대다수가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마늘소녀들’이라 불리는 여자컬링팀과 한쌍을 이루는 별명이다(물론 컬링 대표팀은 '마늘소녀들'보다 '팀 킴'이라는 별명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상호의 이번 메달획득은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설상종목 선수들은 빙상 종목의 성공에 가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갖고 묵묵히 본인의 길을 걸어왔다. 이상호 또한 무관심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오랜 노력 끝에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으며, FIS 월드컵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나아가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는데, 이는 윤성빈의 한국 설상종목 최초 메달 획득과 더불어 설상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상호와 윤성빈의 활약에는 후원사인 CJ그룹의 도움이 있었다. CJ그룹은 비인기 종목 유망주의 꿈을 후원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지난 2010년부터 동계스포츠 선수들을 지원했다. 2013년에는 대한스키협회를, 2016년에는 이상호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이상호는 체계적인 전지 훈련과 국제대회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상호도 “후원사 덕분에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다. CJ그룹에서 훈련 지원은 물론 건강식품, 문화 생활측면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는데도 큰 힘이 되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CJ 그룹은 이상호와 윤성빈 이외에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김호준, 모굴스키 최재우 등 비인기 설상 종목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