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연기자·사업가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제작자로 나섰다. 네 아이를 육아하는 아빠 역할까지 1인 5역이다.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임창정(44)이 영화 '게이트(신재호 감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인맥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관계를 최우선시 생각하다 보니 '어쩌다가'라는 말이 따라 붙지만 본인의 의중이 없었다면, 욕심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영화계에 몸담은 경력을 살려 작품 전체를 봤고 가수의 경험을 살려 믹싱·음악 작업까지 손수 진행했다. 연기가 옵션인 수준이다.
연이은 흥행 참패에 "임창정표 코미디는 한 물 갔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사실이잖아요. 그래도 전 늘 열심히, 최선을 다 해요. 노력했는데 안 되는걸 어쩌겠어요." 상황이 변했을 뿐 임창정의 시원한 성격은 변함없다.
'착한 사람이 잘 돼야하고 100% 잘 된다'는 말도 신봉한다. 김생민·정상훈이 그 증거다. 물론 스스로는 착하지도, 똑똑하지도 못하다고 말한다. "다음 작품 없고, 예능 섭외 끊겼고, 보여드릴 새로운 모습도 없어요. 고민해야죠. 그럼 60대나 70대쯤 영화제 시상식에서 지금을 되돌아 보며 소감을 전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목표있는 임창정의 삶은 그래서 늘 기대를 남긴다.
- 궁극적 메시지는 무엇인가. "메시지를 줘야만 좋은 영화인 것은 아니지 않나. 큰 일을 겪으며 지난해를 보냈고, 올해가 왔고, 내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 세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런 사건도 있다?'라는 정도로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도둑들'을 만들고 싶지만 그 정도 사이즈는 안 되니까.(웃음) 가볍게 터치한 '도둑들'이라고 봐줘도 되지 않을까."
- 기억상실 검사 캐릭터를 맡았다. 특별한 반전도 없다. "'왜 얘가 해결을 안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근데 이 영화 자체가, 뭔가 단죄 하거나 해결을 하는 내용이 아니니까. 흘러가는 재미로 뒀다."
- 그렇다면 왜 '기억을 잃은 검사' 설정을 했나. "검사였어도 됐고, 경찰이어도 됐고, 다른 것이어도 됐다. 어떤 검사가 있는데 얘가 사고로 바보가 됐어. 큰 사건의 증거를 잡아 해결하려다 의문의 사고로 바보가 됐다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 검찰로 돌아가 조사를 해. 그걸 따라가는 영화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 코믹을 빵 터뜨리지도 않는다. "바보였을 때 조금 더 웃기려고 했다면 억지 웃음 자아내려고 오버했다는 기사가 나왔을 것이다."
- 정상훈을 예뻐하는 것 같다. "친해져 봐라. 내가 이럴 수 밖에 없다. 착하다. 엄청 착하고 검소하고 성실하다. 그러면서 열심히 한다. 착한 사람 잘 돼야 한다? 나는 100% 잘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실제로도 잘 된다."
- 김생민처럼? "눈물이 나더라. 나를 오랜시간 인터뷰 했던 친구인데 잘되니까 너무 좋더라. 학창시절에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미친듯이 공부를 하는데 20 몇 등 밖에 못해. 근데 그 친구가 결국엔 전교 1등을 하더라. 명문대 법대를 갔다. 복 받는 날은 반드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