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행위가 알려지며 촉발된 해시태그 캠페인 '미투 운동(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미투에 동참하면서 정·재·문화·체육·연예계 등 곳곳에서 정화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달 현직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에 불이 붙었다. 지난 6일에도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의 고발이 나왔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사례가 잇따라 폭로되며 연극연출가 이윤택·시인 고은·극작가 오태석·배우 겸 교수 조민기·최일화·정치인 안희정 등이 물러났다.
곳곳에서 미투 운동이 일자, 문재인 정부는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적극 수사" 방침을 밝혔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 등 피해자 16명은 이윤택의 성범죄에 대한 형사고소장을 접수했고 안희정에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김지은 정무비서 또한 서울서부지검을 통해 고소했다. 미투 운동을 통해 그동안 용기내지 못했던 피해 고백과 실질적 법적고소까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일방적 주장에 의한 또 다른 무고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깔려 있다. 익명 고발에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는가 하면, 일명 '미투 물타기'에 휩쓸린 허위 고발 사례도 있었다. 지난 6일 성인사이트에서 만난 한 연예인을 고발한다며 피해 사진을 증거물로 게재한 한 블로거는 몇 시간만에 "제가 올린 글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번복하고 해당 블로그 주소를 삭제했다.
가수 이창민은 '발라드 그룹 가수가 몰카 범죄를 저질렀다'는 미투 고발에 불똥이 튀었다. 관련없는 일에 억울하게 얽힌 이창민은 소속사 더비스카이를 통해 "잘못된 군중심리로 전혀 연관이 없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 또한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며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 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반인들도 미투에 몸을 사려, '펜스룰'이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한 인터뷰에서 "아내 이외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자기관리를 위해 구설을 사전에 막는다는 뜻의 '펜스 룰'이 미투 운동의 역차별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여사원들은 회식과 출장에서 배제되고 이로 인해 승진에서 또 다시 멀어진다는 내용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폄하하고 훼손시키는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투 운동은 일방적 주장을 싣는 약점이 있다. 캠페인을 통해 성범죄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또 다른 피해가 생기는 건 문제"라는 의견을 밝혔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