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판사 스리체어스는 온라인 뉴스레터 '북저널리즘' 토요판을 통해 지난달 23일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안 전 지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 진행일은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밝힌 마지막 성폭행이 벌어지기 이틀 전이기도 하다.
안 전 지사는 '양성평등 이슈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직업 정치인이고 민주주의자로서, 젊은 날에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했다면 지금은 반차별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다. 반차별 관련 과제는 인종,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마지막 남은 인류의 숙제 중 하나가 여성과 젠더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곳곳에 숨어있는 젠더 문제다. 남녀 차별의 문화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엄청난 폭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그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날에 화염병을 던지는 심정으로, 젊은 날 반독재 투쟁을 했던 심정과 각오로 똑같이 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성희롱과 성폭력은 인류의 오래된 숙제'라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견제와 균형'을 꼽았다.
안 전 지사는 "해법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다. (사람은) 힘이 있는 누가 견제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한다. (성폭력이 있을 때) 밟으면 꿈틀해야 못 밟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이 성희롱과 차별의 문화를 겪은 이유는 여성의 세력화된 정치적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여성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빨리 뽀뽀하라는 얘기야'는 류의 왜곡된 성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성희롱과 성폭력의 문화에선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며 "일차적으로 여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거부권을 확실히 정치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것에 대해 최근 몇 년 동안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며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야 직장 내 성희롱이든, 이런 문화들도 자연스럽게 견제된다. 여성 공무원들이 관리 및 간부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스리체어스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고은 시인의 성추문과 관련해 자사가 펴낸 두 사람의 책을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는 인물 한 명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격월간 잡지 '바이오그래피' 6호와 8호에서 고은 시인과 안희정 전 지사를 각각 다뤘다. 또 안 전 지사가 쓴 『콜라보네이션』도 이 출판사에서 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