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5·토트넘)이 러시아 월드컵까지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손흥민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게 선수 구성을 고민하겠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3월 A매치 출전선수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 감독은 간판 공격수 손흥민의 경기력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의 역할에 따라 대표팀 공격 전술을 구성하는 ‘손흥민 시프트’를 활용할 뜻도 밝혔다.
손흥민은 12일 영국 본머스의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홈팀 본머스를 상대로 후반 17분과 42분에 연속골을 터뜨려 소속팀 토트넘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의 정규리그 11·12호골이자 올 시즌 17·18호골. 지난 1일 로치데일전(FA컵)을 시작으로 4일 허더스필드전(정규리그)과 8일 유벤투스전(챔피언스리그)에 이은 4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갔다. 4경기에서 7골을 몰아넣으며 지난 시즌 작성한 한 시즌 개인 최다골(21골)에도 세 골 차로 다가섰다.
손흥민은 측면과 최전방을 오가며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측면 공격수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전반 도중 주 공격수 해리 케인이 상대 골키퍼와 충돌한 뒤 교체되자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1-1이던 후반 17분 델레 알리의 패스를 왼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역전골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 42분에는 속공 상황에서 빠른 돌파로 상대 골키퍼까지 제친 뒤 골대 안쪽으로 가볍게 볼을 밀어넣었다.
멈출 줄 모르는 손흥민의 득점 행진에 영국 현지 언론도 찬사를 보냈다. BBC는 ‘어머니의 날에 아들(son)이 해냈다’고 표현했다. 영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경기 당일(3월11일)은 영연방의 ‘어머니의 날’이었다. 손흥민의 성(son)이 아들을 의미하는 영단어와 똑같은 점에 착안해 재미있는 언어 유희로 그의 활약상을 칭찬한 것이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빛났고 케인은 다쳤다”는 평가와 함께 손흥민에게 양팀 출전선수 중 최고 평점인 9.0점을 줬다.
아르헨티나 출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귀중한 승리를 이끌어 우리가 3위로 올라가는데 힘을 보탰다”고 칭찬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 12경기 무패 행진(9승3무) 중이다. 시즌 승점 61점(18승7무5패)으로 리버풀(60점)을 밀어내고 3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소속팀에서 보여준 손흥민의 활약상이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했다. 그는 “손흥민이 투톱으로 나설 때, 또는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갈 때 각각의 선수 구성을 어떻게 할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며 “4-4-2와 4-2-3-1을 고르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또 “수비진의 안정성을 높이는 게 대표팀의 급선무”라면서 “파워가 좋은 스웨덴과 독일 선수들이 밀고 들어올 때 우리 수비가 얼마나 버텨줄지가 관건이다. 일단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태용호는 오는 24일 북아일랜드, 28일엔 폴란드를 상대로 잇따라 유럽 원정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