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노르웨이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오벤저스'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백종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세계랭킹 7위)은 16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세계랭킹 3위)에 6-8로 졌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17일 오전 9시35분 캐나다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은 예선에서 9승 2패를 거둬 전체 12개 팀 중 1위로 준결승에 올라 4위 노르웨이(6승5패)와 격돌했다. 예선 순위는 낮았지만 편한 상대는 아니었다. 최근 전적에서 2승7패로 밀리는 데다 예선에서도 2-9로 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열린 핀란드 대회에선 두 번이나 이겼지만 껄끄러운 팀인 건 분명했다.
경기 초반부터 꼬였다. 한국은 1엔드 후공이었으나 1점을 허용했다. 2엔드에서 상대 실수가 나온 데 이어 정승원의 좋은 샷이 들어가면서 2점을 뽑아 역전했다. 그러나 3엔드에서 연이은 실수가 나와 3점을 내줬다. 결국 백종철 감독은 마지막 샷을 던지는 차재관을 빼고 이동하로 교체했다. 대신 두 번째 순서인 서순석을 마지막으로 돌렸다. 스킵인 서순석은 지난해까진 마지막 샷을 맡았다. 백 감독은 "차재관 선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빨리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엔드 스톤 한 개를 남기고 곧바로 이동하 선수를 준비시켰다. 서순석 선수 컨디션이 좋아 마지막으로 돌렸다"고 했다. 교체 작전은 통했다. 4엔드에서 곧바로 2점을 따 전반을 4-4로 마쳤다.
승부처는 7엔드였다. 수세에 몰린 한국은 서순석이 흩어진 노르웨이 스톤 3개 중 2개를 더블테이크아웃(투구 한 번에 두 개의 상대 스톤을 쳐내는 것)시켜 실점을 2점으로 최소화했다. 이어 8엔드에선 노르웨이 선수들이 연이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세 차례 드로샷 중 1개 만 하우스 안에 들어가 6-6 동점을 만드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 집중력 싸움에선 결국 노르웨이가 이겼다. 한국 선수들은 9엔드에서 세 차례나 호그 라인을 넘지 못했다. 후공인 노르웨이 스톤 2개가 하우스 안에 있는 상황에서 서순석은 드로샷을 던졌으나 아쉽게 T라인을 넘어서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경기 내내 포커페이스를 지키던 '안경삼촌' 서순석의 표정에선 아쉬움이 드러났다.
경기 뒤 백종철 감독은 "가장 최근 대결에선 2승2패였지만 결국 상대전적 열세가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다. 선수들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감독 입장에선 마음 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상대가 계속 실수를 해줘 기회가 생겼는데 우리 실수로 경기를 놓쳐 아쉽다"고 했다. 연장전 내용에 대해선 "가드샷 5번을 연속 놓쳤다. 비장애인 경기면 지는 상황인데 상대도 계속 실수를 해 찬스가 왔지만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킵 서순석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많은 준비를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경기 막판에 냉방이 나오면서 얼음 상태가 조금 바뀌었다.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래 포지션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순서가 바뀐 것은 문제되지 않았다. 라스트 락이 아쉽다. 모든 건 스킵이 책임을 져야 한다. 얼음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아직 한국에겐 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서순석은 "아직 3-4위전이 남았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비롯해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과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 꼭 메달을 따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