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Go)냐, 스톱(Stop)이냐. 경우의 수는 많다. 하지만 기승전 '재촬영'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오달수 출연 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김지훈 감독)'가 투자·배급사 이십세기폭스 본사 측의 최종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제작사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촬영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측은 최근 주연들을 비롯한 주요 출연진들의 스케줄을 체크하면서 재촬영 의향에 대해서도 함께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계획했던 일정들은 전면 취소됐다.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재촬영 자체에 반기를 드는 배우는 없을 것이다. '재촬영을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임해야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며 "문제는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다. 오달수 캐릭터를 최대한 편집하겠지만 주인공인 만큼 삭제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투톱 주인공인 설경구와 함께 붙는 신은 약 10회 차 정도. 오달수 캐릭터의 단독 분량은 그보다 많다. 새 배우가 투입 되더라도 단순한 특별출연 정도의 분량이 아니라 작품 한 편을 새로 찍는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출연료에 재촬영 비용까지 수치는 따질 수록 돈이다.
지난해 8월 27일 촬영을 마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일본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명문 국제중학교의 한 남학생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자 같은 반 학생들의 부모들이 학교로 소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오달수·문소리·고창석·김홍파가 학생들의 부모로 등장하며, 교장은 강신일, 담임 교사는 천우희가 맡아 열연했다. 또 성유빈·유재상·정유안·박진우·정택현·노정의 등 아역 배우들이 학생으로 함께 했다.
주연배우 중 한명인 오달수가 미투(Me Too) 운동 고발 대상자가 되면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역시 비상이 걸렸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은 오달수의 두번째 공식입장이 전해진 즉시 폭스 본사에 국내 상황과 사정을 전하며 개봉 강행, 재촬영 등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적은 보고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폭스 본사 역시 월트디즈니와 합병되는 등 정신없는 과도기를 겪고있는 터라 처리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다. 다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폭스가 투자하는 국내 영화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폭스 측이 한국영화 투자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면서 폭스코리아는 예전처럼 수입·배급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 임원진들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폭스 입장에서는 빨리 개봉해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손해를 끌어 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촬영을 마친 후 오달수는 "작업하는 내내 행복했다. 어두운 곳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안타깝게도 스스로 어두운 곳을 선명하게 보여준 배우가 됐다. 다른 미투 대상자들과 달리 옹호하는 지인들도 속속 등장했지만 "이미지 회복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