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스크린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치즈인더트랩'이 극장가에 멜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닮은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은 두 작품이다. 따뜻한 봄, 어떤 영화를 봐도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는 점 하나 만큼은 일맥상통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치즈인더트랩'은 모두 유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이치카와 다쿠지의 소설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일본 영화가, '치즈인더트랩'은 웹툰이 존재한다.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작은 없다'는 반응이 늘 뒤따르지만 이들 작품은 관객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교묘하게 잘 피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의 명성과 배우들의 이름값을 흥행으로 증명했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00만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흥행에 한계가 있는 장르로 유명한 멜로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멜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되어줄지 관심사다.
'치즈인더트랩'은 CGV 단독개봉 결정으로 작은 작품으로써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대해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가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영화 자체보다 대외적인 논란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액땜'으로 치부하기에는 안타까운 분위기다.
작품이란 모름지기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지만, 누구나 선뜻 나서지 않은 멜로를 장르로 비수기 스크린을 지키고 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솔로, 커플, 가족 등 누구와 봐도 나쁘지 않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치즈인더트랩'.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헌사가 될만한 영화들이다.
소지섭♥손예진 클래스는 영원합니다
출연: 소지섭·손예진·김지환·고창석·이유진·김현수 감독: 이장훈 장르: 멜로·로맨스 줄거리: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과 아들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등급·러닝타임: 12세관람가·131분
신의 한 수: 말이 필요없는 소지섭과 손예진이다. 대사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이미 멜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기대와 설레임을 배신하지 않았다. 너무 예쁜 손예진은 울어도 예쁜 미모를 한층 더 성숙한 내공으로 표현했고, 소지섭의 과감한 도전은 박수를 자아낸다. 육아에 지친 아빠, 사랑에 미숙한 연애 바보, 말도 안되는 코믹에 애처로운 울부짖음까지 다채로운 소지섭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저 어깨 실화인가' 싶은 핑크 재킷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다. 100% 판타지물이지만 판타지를 걷어낸 순애보 자체는 공감 가능하다. '세상에는 이런 순애보도 있고,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카메오 공효진·박서준까지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신의 악수: 시작과 끝을 모두 내레이션으로 완성한다. 과한 설명은 어쩔 수 없는 지루함을 동반하고 반전마저 잔잔하게 느껴진다. 눈물을 정리하고 극장을 나서라는 배려가 아니라면 자꾸만 시계를 보게 만드는 타이밍이 생긴다. 러닝타임을 꼭 131분으로 맞춰야 했는지도 의문이 든다. 일본 원작을 한국형 분위기로 바꿨지만 곳곳에 일본 감성이 녹아있다. 2018년에 개봉했을 뿐 2018년형 멜로물은 아니다. 멜로 영화가 가장 사랑 받았던 시기의 감성에 머물러 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은 비단 원작 때문만은 아니다.
치즈인더석박사? 나이 이긴 비주얼 '치인트' 출연: 박해진·오연서·박기웅·유인영·오종혁·문지윤 감독: 김제영 장르: 로맨스·스릴러 줄거리: 모든 게 완벽하지만 베일에 싸인 선배 유정과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여대생 홍설의 러브스토리 등급·러닝타임: 15세 관람가·116분
신의 한 수: 싱크로율 100% 캐스팅 하나는 완벽하다. 가상 캐스팅 0순위 '만찢 배우'들을 그대로 불러 모았다. 설정은 대학생, 실제 평균 나이는 30대를 웃돌지만 나이를 이긴 비주얼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미모로 꽤 괜찮은 그림을 완성했다. '의외로 예쁘게 나왔다'는 반응이 수두룩하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의외의 풋풋함도 느낄 수 있다. 유치한 것도 사랑이고, 사랑을 하면 유치해지기 마련이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대학생활의 리얼리티와 현 사회의 문제점까지 다뤄 진정성과 공감대를 높였다.
신의 악수: 영화까지 찍었으니 이제는, 그만,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 드라미에 영화까지 몇 년째 '치즈인더트랩'이라는 단어만 주구장창 듣고 있는 기분이다. 때문에 신선함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진 프로젝트. 웹툰의 방대한 분량을 줄이고 줄여 두 시간에 압축하다 보니 최선은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지는 못했다. 캐릭터 각각의 성격은 돋보이지만 매력은 가려졌다. 사연과 감정보다 흘러가는 사건이 중심이다. 여유없이 중구난방 널뛰는 연출은 아쉽고 배우들의 열연은 아깝다. 로맨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설레는 감정을 잘 느낄 수 없다는 점도 패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