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윈저파크 국립축구경기장에서 끝난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패배였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으나 전후반 각각 1실점씩 내주며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한 '결과'가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다.
북아일랜드-폴란드전으로 이어지는 유럽 원정 2연전은 '2018 러시아월드컵 로드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기들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파 선수들의 차출이 가능한 마지막 A매치 기간에 열린 평가전이기도 하고, 조별리그에서 만날 상대들과 유사한 나라를 찾아 '모의고사'를 치르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북아일랜드는 신태용호가 '가상 스웨덴'으로 점찍은 상대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선 스웨덴이 북아일랜드보다 강하지만, 장신의 선수들을 앞세워 힘있는 축구를 하고 수비력이 좋다는 점이 스웨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신 감독도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북아일랜드는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독일과 같은 조였고 좋은 팀이었다. 비록 월드컵엔 나오지 못했지만 유럽에 있는 스웨덴과 독일의 가상팀으로 생각한다"며 "(월드컵을 앞두고)좋은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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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에도 신 감독은 "사실 북아일랜드의 경우 경기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운영을 했다. 우리 진영에서 파울을 얻어서 장점인 높이를 가지고 들어오는 스타일인데, 스웨덴도 그런 양상이라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실질적으로 스웨덴과 월드컵에 붙으면 어떻게 대처하고 또 (상대)힘에 대해 준비를 할 것인지 도움이 됐다"고 어느 정도 만족한 기색을 보였다. 본선 상대인 스웨덴과 100% 똑같을리야 없겠지만, 비슷한 유형의 팀과 직접 뛰어보며 우리 선수들이 어느 정도 '스웨덴전 해법'에 대한 가닥을 잡았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전을 치른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체로 선수들은 "힘과 높이 앞세운 단순한 플레이로 위협적인 장면 많이 만드는 팀"이라는 소감을 전해왔다. 이재성(26·전북)은 "상대팀이 단순한 플레이를 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막기 힘들더라"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박주호(31·울산) 역시 "스웨덴과 굉장히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팀이었다. 간단하고 단순한 플레이로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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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29·스완지 시티)은 "체격적으론 우리가 불리한 만큼 1대1 경합에서 밀리는 건 전술적으로 커버해야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최전방의 김신욱(30·전북)이나 집중견제를 당한 손흥민(26·토트넘)은 물론, 한국의 공격진들은 장신 선수들이 두텁게 내려앉은 수비벽을 뚫고 들어가느라 애를 먹었다. 그래도 이날 경기에선 초반 선제골 이후 점유율을 가져오며 주도권을 잡았으나,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전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권창훈(26·디종) 역시 "한두 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팀 전체가 많이 움직여야 상대의 조직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박주호는 "우리도 패스나 뒷공간을 노린 슈팅 등 많은 걸 가져온 만큼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덧붙이며 좀 더 갈고 닦아 준비를 잘한다면 스웨덴전도 잘 치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흥민(26·토트넘)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손흥민은 "스웨덴은 (북아일랜드와) 완전히 다른 팀이다. 힌트를 얻었다기보다 우리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 분석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가 해야할 것'을 하자는 이야기다. 손흥민은 "스웨덴과 멕시코 모두 강팀이다. 폴란드전은 보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팬들에게 내용은 물론 결과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눈앞의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28일 폴란드 호주프의 실레시안 스타디움에서 '가상 독일' 폴란드와 맞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