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논란 배우들을 품고 있던 영화들이 속속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화끈한 물갈이'가 남기는 것은 관객들의 기대감과 신뢰다.
다 된 밥에 재 뿌려졌던 영화 '신과 함께'의 2편 '신과 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 측은 오달수·최일화를 대체할 교체 배우를 찾았고, 다시 시간과 돈을 들여 추가 촬영에 돌입한다. '협상(이종석 감독)' 역시 재촬영을 최종 확정 지었다. 현재 최일화를 대체할 만한 배우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이다.
지난겨울 1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개봉 영화 흥행 순위에서 톱2에 오른 '신과 함께-죄와 벌' 후속편인 '신과 함께-인과 연'은 '미투 운동' 고발 대상자로 지목돼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자숙 중인 오달수와 최일화를 대신해 조한철과 김명곤을 교체 배우로 투입한다. 재촬영은 오는 4월 초에 진행될 예정이다.
1·2편 동시 촬영이라는 한국 영화 최초의 도전을 통해 1편으로 2편 제작비까지 모두 회수하는 대성공을 거둔 '신과 함께-인과 연'은 올여름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에 한창이었다.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던 '신과 함께-인과 연'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낀 것은 출연 배우들이 미투 대상자로 지목되면서다.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 만큼 관련 배우가 걸려 있을 확률이 높았고, 결과적으로 한 명도 아닌 두 명이 논란에 휩싸이며 관계자들을 탄식하게 했다.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들로 구성된 '신과 함께' 팀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고, 더 빠르게 오달수와 최일화의 통편집 및 재촬영을 결정했다. '돈을 벌어 뒀기 때문에, 개봉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지 않냐'는 반응도 많았지만 누구든 예고치 않은 순간에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그것도 좋지 않은 일거리는 피하고 싶기 마련이다.
'신과 함께' 팀은 후반 작업에만 매진하려던 시간을 재촬영에 다시 허비하게 됐고, 다시금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강행할 수 있게 만들어 준 1400만 관객을 위해서라도 다른 방도는 없었다. 그리고 이들의 판단은 현재까지는 '신의 한 수'로 평가되며 예비 관객들의 반색을 이끌어 내고 있다.
부담스러운 역할을 떠안게 된 조한철·김명곤에 대한 고마움은 당연하다. 어쩌면 배우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자리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담감은 피할 수 없다. '대체 배우, 교체 투입'이라는 꼬리표 아닌 꼬리표와 함께 이미 1000만 관객 맛을 본 대형 프로젝트에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배우 본인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과정을 알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해당 캐릭터를 더 눈여겨보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그 모든 과정을 알기에 관객들은 이미 박수를 쳐 줄 준비가 돼 있다. 조한철과 김명곤의 합류 소식이 전해진 뒤에 쏟아진 수많은 응원과 "오히려 더 신선하다"는 반응이 이 같은 예측을 방증한다. 조한철과 김명곤이 '신과 함께'의 진정한 '인과 연'이었다.
현빈·손예진 주연의 '협상'은 일단 재촬영 자체는 최종 결정지었다. 이에 따라 극 중 안타고니스트, 즉 악역으로 스토리 흐름상 꼭 필요한 역할을 맡았던 최일화는 촬영 분량이 모두 삭제된다. 다만 캐릭터 자체를 삭제하거나 통으로 드러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대체 배우를 찾는 것이 큰 숙제다.
'협상' 제작사 JK필름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재촬영에 대한 확고한 뜻을 내비쳐 많은 상황이 있었지만 재촬영을 최종 결정하게 됐다"며 "오는 4월 말까지는 무조건 재촬영을 끝마치겠다는 목표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캐릭터의 분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특징이 명확해 교체 배우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재촬영은 단독 장면을 중심으로 촬영한 뒤 후반 편집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 타 배우들과 걸려 있는 신들이 꽤 있지만 모든 배우들을 다 불러 모으기에는 역부족인 데다가 스케줄뿐 아니라 헤어스타일 등 디테일하게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조·단역급은 그나마 정리가 가능하지만 주연급 교체는 여전히 난감하다. 교체 여부를 떠나 개봉까지 최소 3년을 내다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아직 미투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예민한 시기여서 새로 들어가는 작품들도 여러 면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작품들이 쉽게 제작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중견 배우의 캐스팅은 도장을 찍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계약서에 미투 관련 내용을 적시하는 제작사들도 생겼다"며 "캐스팅 문제는 영화 장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배우들과 신인 배우, 주목받지 못했던 중견 배우들에게는 기회가 많아질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