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롯데가 개막 8연패 모면했다. 그러나 그동안 경기력은 험난한 여정을 예상하게 한다.
롯데는 7연패 뒤 맞이한 1일 사직 NC전에서 3-2로 승리했다. 1-2로 뒤진 8회말 연속 3안타를 치며 역전에 성공했고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리드를 지켜냈다. 힘겹게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밝은 전망은 어렵다. 타선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외야수 민병헌, 베테랑 채태인과 이병규 등이 영입되며 높아진 기대감이 무너졌다. 롯데는 올 시즌 6득점 이상 기록한 경기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무득점도 2경기나 있다. 조원우 감독도 "잘 해줘야 할 선수들의 타격감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연패를 끊은 이날 경기에서도 득점력은 저조했다.
더 큰 문제는 마운드다. 선발과 불펜 모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첫 로테이션을 소화한 선발투수 5명은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에 실패했다. 특히 1선발로 기대받은 새 외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는 2경기 연속 5실점 하며 부진했다. 지난해는 외인 투수 2명과 박세웅이 번갈아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줬다. 현재 박세웅은 팔꿈치 통증을 다스리고 있다. 연패 탈출에 기여한 브룩스 레일리의 호투가 유일한 위안이다.
타선과 선발진은 나아질 여지가 있다. 부정적인 전망의 실체는 불펜이다. 7회를 막아주던 조정훈이 없다. 지난해 7년 만에 재기한 선수다 보니 회복과 준비 과정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그의 자리에 들어간 불펜투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선발투수와 필승조 2번 주자인 박진형과의 사이가 매우 헐겁다는 얘기다.
SK와의 개막전에선 5-5 동점이던 7회말, 진명호가 김동엽에게 결승 홈런을 맞았다. 2차전에서도 추격할 수 있던 7회말 김대우와 구승민이 각각 피홈런을 허용하며 3점을 내줬다. 필승조 후보 1순위던 장시환도 3월 31일 NC전에서 4-3으로 앞선 6회초 등판했지만 2실점 하며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박진형을 조기에 앞당겨 등판시킨 선택도 악수가 됐다. 3월 28일 두산전이 그랬다. 7회를 실점 없이 막았지만 8회에 3점을 내줬다. 4-3으로 앞서다가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실책과 판단 미스가 빌미가 됐다. 벤치의 선택도 아쉬웠다. 박진형은 7회 24구를 던졌다. 정타 허용이 많았다. 그런 그에게 8회도 맡겼다. 믿고 맡길 다른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는 좀처럼 6이닝을 못 채운다. 일찍 등판한 불펜투수는 불안하다. 내세운 믿을맨은 이닝이 바뀌면 부침을 겪는다. 악순환이다. NC전 2차전에선 동점 상황에서 나선 손승락이 무너지기도 했다. 조원우 감독은 7회 나설 붙박이 투수에 대해 "아직 실험 중이다"고 했다. 윤길현과 장시환이 모두 부진했던 지난해 전반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시즌 전 우려된 약점도 여전하다. 강민호의 이적 탓에 젊은 포수 나원탁, 나종덕이 번갈아 나선다. 아직 투수 리드가 미숙하고, 블로킹과 포구 능력도 떨어진다. 클러치 상황에선 긴장한 모습이 엿보인다. 주전 3루수로 낙점된 신인 한동희의 경기력도 기복이 있다. 좌익수로 자리를 옮긴 전준우도 투·타 균형이 지난해에 못 미친다.
선수단 분위기는 크게 침체됐다. 성적 탓만은 아니다. 이대호가 NC전 2차전이 끝난 뒤 귀가하던 중 구장 앞 광장에서 극성팬이 던진 치킨 박스를 맞았다. 엇나간 팬심(心)이 만행으로 이어졌다. 팀의 대들보가 모욕을 당했다. 의기소침해진 상황에서 팬들의 지지까지 얻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발은 더 굳어진다.
첫 승으로 만든 기운을 이어갈 수 있을까. 마운드는 올 시즌 경기 가운데 가장 안정감 있었고, 한동희도 극적인 동점 적시타로 실책을 속죄했다. 하지만 첫 승을 통해 모든 우려를 해소하진 못했다. 롯데는 더 나아질 수 있는 팀이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