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31)이 2018 시즌 첫 등판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올리지 못했다. 제구 난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원정경기에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 5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조기 강판됐다. 투구 수는 75개.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0개에 불과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볼넷 다섯 개 이상을 허용한 것은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통산 네 번째. 지난해 5월 12일 콜로라도 전에서 기록한 6볼넷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볼넷을 내줬다. 그 외에는 2013년 5월 18일 애틀랜타전과 지난해 9월 6일 애리조나전에서 두 차례 볼넷 다섯 개를 허용한 적이 있다.
류현진은 1회초부터 활발한 공격을 펼친 다저스 타선 덕분에 3점 리드를 안은 채 마운드에 올랐다. 첫 두 타자를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힘차게 출발하는 듯했다. 하지만 '천적' 폴 골드슈미트와 승부에서 결국 일격을 당했다. 지난해까지 류현진 상대 타율 0.429를 기록한 골드슈미트는 큼직한 중월 2루타를 작렬해 류현진의 기를 빼놓았다. 골드슈미트의 올 시즌 첫 안타였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A.J. 폴락에게도 다시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적시 2루타를 허용해 첫 점수를 내줬다. 크리스 오윙스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1회가 끝났다.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 외에도 컷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를 골고루 던지며 애리조나 타자들과 승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구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김선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체이스필드는 건조하고 개폐식 돔구장이라 공에 회전이 잘 안 먹혀 제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걱정이 현실이 됐다.
2회 2사 후 알렉스 아빌라에게 첫 볼넷을 허용했고, 3회 끝내 고비를 맞았다. 선두 타자 데이비드 페랄타에게 왼쪽 담장 바로 앞까지 날아가는 큰 타구를 맞았다가 좌익수 맷 켐프의 호수비로 위기를 넘긴 직후였다. 곧바로 케텔 마르테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직한 타구를 날려 3루까지 밟았고, 골드슈미트와 어렵게 승부하다 다시 볼넷을 내줬다. 폴락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오윙스를 또 볼넷으로 걸어 내보냈다. 결국 2사 만루에서 램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한 점을 더 잃었다. 후속 타자 닉 아메드를 잡아내고서야 기나긴 3회를 벗어났다. 3회 투구수만 30개였다.
4회에도 제구는 안정되지 않았다. 선두 타자 아빌라를 다시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투수 타이후안 워커를 3루수 병살타로 처리해 투아웃을 잡았지만, 페랄타에게 다시 중전 안타를 맞았다. 2사 1루서는 마르테가 연타석 3루타로 페랄타를 불러 들였다.
결국 다저스 벤치는 류현진을 내려 보내고 불펜 투수 페드로 바에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바에스가 골드슈미트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내면서 류현진의 실점은 3점에서 멈췄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를 찍었고, 평균 구속은 시속 145㎞를 유지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 6년 계약이 만료된다. 향후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결정짓게 될 중요한 시즌이다. 어깨 수술 이후 복귀한 두 번째 시즌이라 부상 우려도 거의 털어 냈다. 남다르게 의욕적으로 새 출발을 준비했다. 하지만 첫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하면서 일단 주춤했다. 다저스 선발 투수 4인이 이미 앞선 등판에서 한 차례씩 호투했기에 더 아쉬운 결과였다. 다음 등판인 9일 샌프란시스코전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한편 경기 전에는 애리조나에 몸 담았던 한국인 투수 김병현이 시구자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김병현은 2001년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류현진 등판 경기라 시구자로 초청됐다. 김병현은 "10년 만에 애리조나에 온 것 같다. 기분이 정말 좋다"며 "류현진이 잘 던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