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생민에게 허용된 꽃길은 단 6개월이었다. 10년 전 잘못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전성기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과연 김생민만의 잘못이었을까. 이를 묵과한 방송국도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생민으로 인해 제작진은 '짐'을 얻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았고, 팟캐스트 내용은 전체 삭제된다. 무에서 유를 만들었던 콘텐트는 다시 무로 돌아갔다. 새로운 콘텐트라고 주목받았던 '김생민의 영수증' 제작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생민의 10년 전 성추행을 폭로했던 피해자는 한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작가로 알려졌다. 해당 피해자는 김생민의 잘못을 폭로함과 동시에 방송사의 '갑질'을 가장 중요하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결국 피해자가 퇴사 절차를 밟게 한 것은 방송사다.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방관자 역할을 했다. 김생민의 잘못도 있지만, 방송사의 책임도 크다. 김생민 뒤로 방송사가 숨은 꼴"이라고 밝혔다.
방송가에서 방송 작가들의 처우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방송작가지부는 "담당 PD와 작가 간 계약은 80%가 구두계약"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권력 구조가 확립됨에 따라 작가들은 PD와 사주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작가들은 PD뿐 아니라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예인에게 시달리기도 한다. 이에 방송계 관계자는 "'미투'가 방송계로 번졌을 때 PD를 향한 작가들의 폭로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방송사의 권력적 구조도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