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쌍용차·르노삼성차 등 경쟁 국산차 업체들이 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벤츠와 BMW 등 수입차들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한국GM의 철수 가능성 등이 불거지면서 국산차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 토막' 한국GM… 동반 하락 국산차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달 내수에서 627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1만4778대)보다 판매량이 57.6%나 줄어든 수치다. 완성차 5개 사 중 내수 판매량 기준 '꼴찌'다.
이처럼 한국GM의 판매량이 줄었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은 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내수 3위에 오른 쌍용차는 9243대를 판매,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한 수준에 머물렀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내수 4위에 오른 르노삼성차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내수 780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25.8%나 감소했다.
지난달 장사를 잘해서 내수 4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한국GM이 반 토막 나면서 어부지리로 꼴찌를 면했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신차 효과에 힘입어 내수 판매량을 늘렸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6만757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6.0%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랜저가 4개월 만에 월 판매 1만 대에 복귀(1만598대)한 가운데 완전변경(풀체인지) 된 신형 싼타페가 1만3076대의 판매 실적으로 단숨에 국내 전 차종 1위에 오르면서 전체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4만854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1.9%의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엔진을 장착한 신형 K3는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첫 달 5085대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알렸다.
현대·기아차의 선전에도 쌍용차·르노삼성차 등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 실적(13만9432대)은 전년 동월(14만5903대) 대비 4.4% 줄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 여파로 당장 판매 측면의 반사이익을 보긴 어렵다"면서 "시장이 좋아야 시너지를 내면서 완성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산업 수요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승승장구 수입차, 전국 도로 다 메울라
국내 완성차 업계가 주춤하고 있는 반면 수입차 업계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차량 데이터 조사 기관인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판매 대수는 2만6650대(국토교통부 등록 기준)로 집계됐다. 2015년 12월에 기록한 역대 최대 월 판매량(2만4812대)을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2만2399대)과 비교해 19.0% 증가했다. 전월(2만102대) 대비로는 32.6% 늘었다.
1분기(1~3월) 판매 실적은 6만7993대를 기록했다. 이런 판매량을 유지한다면 연간 판매량이 27만 대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달 전년 동월(6747대)에 비해 17.9% 증가한 7954대를 팔아 국내 완성차 4위 르노삼성차(7800대)와 5위 한국GM(6272대)의 내수 판매량을 넘어섰다.
3위 쌍용차(9243대)와 비교해도 1289대밖에 차이가 안 난다. 국내 내수 판매량 3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벤츠와 수입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BMW도 지난달 7053대를 팔아 한국GM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업계는 '한국GM 철수설'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을 높인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 차량을 사려고 생각했다가 철수설 때문에 포기한 이들 중 일부는 수입차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이들 중 약 30~50%는 중소형 수입차를 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츠와 BMW가 이 시기를 노려 강력한 할인 프로모션을 한 것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한국GM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수입차 관계자는 "국내시장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수입차 점유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면서 "한국GM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과 폭스바겐·아우디의 국내 복귀 등으로 올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20%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