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휘성(본명 최휘성)이 달라졌다. 솔직한 모습을 꺼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덜해졌다. 모르는 사람들과 만남도 익숙해졌다. JTBC '아는형님'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개그맨 김영철과 '안되나용' 깜짝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더니 tvN '나의 영어사춘기' 채널A '우주를 줄게' 등 사생활 공개 예능에도 출연했다. 취중 토크를 하는 동안에도 리얼리티 카메라가 붙어 휘성의 일상을 관찰하고 있었다. 외부와 접촉이 늘면서 주변에서는 "성격이 밝아지고 활발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휘성은 "사회성이 비교적 결여된, 비현실적인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객관적으로 보고 현실적으로 움직이려고 해요. 기본 성격은 변하지 않겠지만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라고 공감했다.
지난해 8월 말 독립 레이블 '리얼슬로우'를 설립하고 소속사 대표가 되면서 생긴 책임감 때문이란다. 자신이 추구하는 흑인음악을 더 깊고 다양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업으로, 초심을 찾자는 뜻에서 언더 때 사용하던 예명인 리얼슬로우를 앞세웠다. 매니저·영상 촬영감독·작곡가 2명·후배 아티스트 1명 등 챙겨야 할 식구가 많진 않아도 회사 월세를 비롯한 각종 청구 서류가 순식간에 밀려들어 온다. 다른 사람을 책임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휘성은 변해야만 했다.
휘성은 "인생이 더 나아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올해 37세가 됐는데 앞으로 10년 뒤를 상상해 보는 거죠. 분명 지금보다 쇠약해졌을 테고 인기도 더 얻진 않겠죠. 부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고요. 알 수 없는 미래에 의존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니까 당장 변해야겠더라고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그 안에서 행복해지는 게 목표예요. 지금 먹는 것, 마시는 것, 하고 있는 모든 활동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거죠"라며 향긋한 사과주를 홀짝였다.
- 평소에 과일주를 즐겨 마시나요. "술을 정말 못 마셔서, 사과주가 편해요. 달려들어서 열심히 마셔 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얼마 전 집에서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놓고 술상을 차렸는데 집에 소주잔조차 없는 거 있죠. 보온병 뚜껑에 네 번 따라 마시고 밤새 굴러다녔어요. 난리도 아니었어요."
- 주사는 없나요. "개인 비공개 SNS 계정으로 실시간 방송을 켜서 노래했어요. 주변 반응이 좋진 않았어요. 전혀 기억에 없어서 '내가 무슨 말했냐'고 물어봤는데, 지인들이 말없이 노래만 불렀대요. 다들 '어쩜 저렇게 재미없는 사람이 다 있을까'라고 생각했대요."
- 노래방 멤버가 있나요. "1981년생 동갑내기 모임이 있어요. 예전엔 진짜 많이 갔죠. 김태우·케이윌·거미·린·화요비. 81년생은 아니지만 하동균도 있어요.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에요. 술 마시고 소리 지르면서 즐기는 분위기라 우리끼리는 전혀 귀 호강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 레이블 대표가 된 뒤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그동안 플레이어로서 내 스케줄에만 빠져 살았어요. 이제는 내가 만들어 놓은 테두리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발짝 멀리 떨어져 보게 되더라고요. 올바르게 활동하고 있는 게 맞는지, 전체를 위한 어떤 이득이 있는지 이런 식으로 넓게 생각해요. 스스로를 제삼자처럼 객관적으로 보게 됐어요."
- 언더 때 예명을 데뷔 17년 차에 꺼낸 이유는요. "리얼슬로우는 좋아하는 장르인 슬로 잼을 리얼하게 하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휘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리얼슬로우라는 정체성을 좀 더 강조하고 싶어서 회사 이름에 붙였어요. 휘성 하면 알앤비 발라드 장르로 받아들이시는데 그동안 해 온 음악들을 보면 발라드가 전부는 아니거든요. 휘성 옆에다가 리얼슬로우를 붙여서 열심히 홍보 중이에요."
- 히트곡이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엔 공감하시나요. "사실 이해할 수 없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데 과거 이미지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근데 걸림돌은 아니에요. 나 또한 한때 '안되나요'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죠. 2002년에 발매했는데 여전히 그 이미지가 강렬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그 뒤에 히트곡이 없었던 건 아니거든요. '위드미' '인썸니아' '결혼까지 생각했어' '사랑은 맛있다' 등 그냥 내 모습을 안아 주고 그 태도로 다른 음악을 시도했어요. 나를 떼어 놓으려고 애쓰면 장점까지도 버리는 아쉬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창법에 대한 변화도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노래마다 조금씩 다르죠. 근데 마음먹는 건 같아요. 여러 과정들을 거쳐서 그 결과물을 조금 더 듣기 좋게 만들자는 거죠. 국내에선 샘 스미스 같은 가성을 써서 히트한 가수가 별로 없잖아요, 그쪽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 새로운 시도가 두렵진 않나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우리나라는 취향에 쏠림 현상이 있어서 선호와 비선호 장르가 비교적 뚜렷하죠. 만약 발라드를 한 곡씩 매달 낸다면 언젠가 하나는 터지지 않을까요? 근데 이런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하고 싶고 추구하는 장르 혹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 김영철에 이어 홍진영과 컬래버레이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KBS2 '해피투게더' 녹화를 같이하면서 이야기가 나왔고 그날 바로 곡을 보내 줬어요. 들어 봤는데 자신이 없어요. 내가 불러서 좋은 노래가 있고 오히려 망치는 노래가 있잖아요. 이 노래는 정말 어떨지 답이 안 나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기회라는 생각은 들어요. 나에게는 나름의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