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의 일환으로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김생민이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에서 자진 하차했다. 폐지를 강행한 프로그램부터 분량 통편집까지 방송가는 김생민을 가차없이 '아웃' 시켰다. 사실상 퇴출이다.
특히 일요일 오전은 '김생민 데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김생민 출연 프로그램이 줄줄이 방송되고 있었다. SBS 'TV 동물농장',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재방송,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까지 지상파 3사를 아우른 김생민이다. 하지만 8일 김생민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TV 동물농장'은 김생민 녹화 분량을 모두 편집했다. 방송 전 선보이는 MC 단체 사진에서도 김생민의 얼굴은 지워졌다. 지난 2001년 5월부터 무려 17년을 함께 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재미가 아닌, 공익성 있는 동물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김생민 논란은 프로그램에 역대급 민폐가 됐다.
앞서 '동물농장' 측은 "김생민이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자숙하고 반성하는 의미로 프로그램 MC에서 하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역시 이를 받아들이고 김생민을 불명예 퇴장 시켰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김생민 논란이 불거진 직후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폐지와 다름없다. 그 빈자리는 '1%의 우정' 재방송이 메꾼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팟캐스트 인기에 힘입어 방송 버전을 넘어 정규편성까지 이뤄낸 불굴의 프로그램이다. 이름을 내걸었기 때문에 그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연예가중계'에서도 김생민은 하차에 대한 어떠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비뤘다. 20년간 리포터로 활약한 모든 경력도 한 순간의 재로 불타버렸다. '연예가중계' 측 역시 '연예가중계'를 함께 한 김생민 개인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 냉정함을 보였다.
지난해 9월 김생민은 '연예가중계' 리포터 생활 20년 만에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김생민은 "'연예가중계' 인터뷰 주인공이 되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로부터 불과 7개월 후 김생민은 성추행 파문으로 '연예가중계' 보도 주인공이 됐다.
데뷔 25년만에 맞았던 제1의 전성기. 6~7개월 만에 허무하게 끝난 전성기지만 누군가에게는 10년 간 상처로 남아있었을 10년 전 가해는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김생민의 멍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