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헤인즈보다 제임스 메이스(이상 서울 SK)가 편하다" 로드 벤슨(34·원주 DB)의 말은 사실이었다. 원주 DB가 1차전 혈투에서 서울 SK에 승리를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DB는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SK와 경기서 93-90으로 먼저 승리를 챙겼다. 역대 21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가져온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횟수는 15번이다.
경기는 1쿼터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두 팀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으로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은 4100여 명의 만원 관중에게 보답했다. 코트는 매 순간 뜨거웠고 관중들의 함성은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장에 온 듯 뜨거웠다. 경기 내용도 손에 땀을 쥐었다. DB가 도망치면 SK가 쫓아가는 양상이 매 쿼터 반복됐고, 점수차도 두 자릿 수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승부에서 승리의 여신이 손을 들어준 쪽은 DB였다. SK는 경기 종료 약 27초를 남겨두고 얻은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테리코 화이트(28)의 슛이 림을 외면하며 역전 기회를 놓쳤다. 디온테 버튼(24)이 38득점 14리바운드, 벤슨이 19득점 10리바운드로 활약하며 DB의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테리코 화이트(28)가 25득점, 최준용(24)과 김선형(30)이 각각 13득점과 11득점으로 분전했으나 패배로 빛이 바랬다.
DB의 외국인 듀오 버튼과 벤슨은 나란히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이상범(49)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버튼은 3쿼터에만 20득점을 몰아넣으며 득점력을 과시했고 벤슨은 공수 양면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벤슨의 경우 자신의 매치업 상대였던 메이스를 9득점 4리바운드로 완벽하게 묶어내 DB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벤슨은 이날 골밑에서 메이스를 완벽하게 제압했고, 공격에서도 영리한 플레이로 림 가까이에서 슛을 성공시키며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2쿼터 중반에는 벤슨의 철벽 수비에 24초 바이얼레이션(공격 시간 제한)에 걸린 메이스가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결국 문경은(47) SK 감독은 2쿼터 중반 메이스를 벤치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부터 "헤인즈보다 메이스가 상대하기 편하다"고 자부했던 벤슨의 ’원천봉쇄’가 사실이 된 셈이다. 이 감독도 "선수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뛰어줬다"며 "수비적인 부분에서 메이스와 화이트를 원하는 정도로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문 감독은 "메이스가 초반부터 흥분해서 정상적인 자기 페이스를 잃었다"며 "하프타임이 끝나고 메이스와 얘기를 했다. 자기가 못한 탓에 스스로에 대해 화가 나있더라"고 설명했다. 벤슨에게 번번히 막히면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탓에, 외국인 선수 2명이 뛸 수 있는 2쿼터 중반 벤치로 물러나는 굴욕을 겪은 셈이다. 문 감독은 "우려했던 대로 벤슨에게 세컨 찬스에서 공격을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이스에게 위치를 잘 짚어줘서 제공권만이라도 비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기는 아쉽게 패했지만 2차전에 대한 자신감은 많이 갖게 된 만큼, 원정 목표였던 1승1패를 이루고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