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인색한 김경문(58) 감독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결과보다 과정이 좋기 때문이다. NC 에이스로 거듭난 왕웨이중(26) 얘기다.
왕웨이중은 지난 5년(2013~2017시즌) 동안 NC의 1선발을 맡던 에릭 해커의 자리를 대신하는 선수다. 지난 1월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했다.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빅리그 경력이 있는 좌완 강속구 투수라는 매력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국 야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대만 프로야구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했다. 구단이 마케팅 효과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3경기 만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성적과 내용 모두 좋다. 3경기(21이닝)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승수 추가에 실패한 5일 마산 삼성전도 8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피안타율(0.257)과 피장타율(0.297) 그리고 이닝당 출루허용률(1.00)도 뛰어나다.
리그 좌완투수 가운데 최고 평균 구속(시속 147km)을 기록한 직구는 단연 최고의 무기다. 변화구 구사도 다양하다. 슬라이더, 커브, 커터를 두루 던지며 타자를 현혹한다. 김현수(LG) 이대호(롯데) 등 빅리그 무대를 밟은 타자들과 승부에서도 삼진을 솎아냈다. 각각 직구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썼다. 스타성은 이내 증명됐다. 뛰어난 외모에 실력까지 증명했다. 개막전부터 대만 매체 7개사가 마산 구장을 찾았다. 그 관심은 국내팬으로 번졌다. 동료들에겐 '왕서방'으로 불리며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했다. 복덩이다.
김경문 감독도 의구심을 버렸다. 미국 무대에서 주로 불펜투수로 등판한 이력이 마음에 걸렸다. 이닝 소화 능력과 투구 패턴의 다양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단의 데이터 팀이 그동안 워낙 잘 해줬지만 처음엔 반신반의했다"는 속내를 전했다.
그러나 캠프 훈련과 실전 경기를 두루 지켜보며 불안을 지웠다.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는 "정말 잘 영입한 선수다"고 평가했다. 크게 세 가지 점을 짚었다. 첫 번째는 이닝 소화 능력이다. 3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했다. 김 감독은 "아직 체력 문제가 두드러질 땐 아니지만 일단 이닝 소화 능력이 있어 불펜진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4.32) 2위를 기록한 NC 불펜진은 올해는 초반부터 부진하다. 13경기에서 6.09를 기록했다. 왕웨이중이 등판하는 경기엔 소모를 줄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빠른 투구 템포도 주목했다. 인터벌이 긴 투수가 나설 경기에선 야수들의 피로감이 누적된다. 작은 요인이지만 경기 후반엔 크게 작용한다. 김 감독은 "투구 템포가 빠른 편이라 야수진의 집중력이 저하될 걱정도 덜었다"고 전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점은 습관이다. 구종 습득 과정에서 엿보인다. 왕웨이중은 NC에 입단한 뒤 최일언 투구 코치에게 컷 패스트볼(커터)을 배웠다고 한다. 우타자 몸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공이다. 구사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종종 결정구로 활용하고 있다. 원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도 던진다. 강속구 뒤 던질 수 있는 공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시즌 전 상대팀이 분석한 자료에 허를 찌를 수도 있다.
짧은 시간에 새 무기를 장착할 수 있던 비결은 왕웨이중의 습관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짧은 거리에서 캐치볼을 할 때도 다양한 그립을 쥐어가며 공을 던지더라. 그런 면에서 노력을 하는 게 보인다"고 전했다. 유독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의 훈련 자세를 주목한다. 몸을 푸는 과정에서도 공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를 높이 산 것이다.
왕웨이중을 향한 향한 평가는 그저 기록에 기인하지 않는다. "얼굴도 잘 생겼는데 야구까지 잘 하면 진짜 '왕'이지 않겠는가"라며 웃는 김 감독에서 두터운 신뢰가 전해진다. 외인 영입 키워드를 '영&프레시(Young&Fresh)'로 정하고 모험을 감행한 NC의 행보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