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투수다. 2018 KBO 리그가 10개팀 모두 두 차례씩 선발 로테이션이 돌았다. 아직은 경기 감각이나 컨디션이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팀 당 20~25경기 정도 소화해야 한 시즌 순위 싸움의 윤곽을 알 수 있고, 강팀만의 특별한 힘을 느낄 수 있다.
10개 팀 공격력은 이제 어느 정도 비슷하다. 아직 타격 성적이 안 좋은 몇 몇 팀도 있지만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공격력은 점차 상승 모드로 전환 가능하다. 결국 투수들이 팀 분위기나 경기 흐름을 어떻게 이어가고, 막아주느냐에 따라 한 시즌 성적이 갈린다. 투수진 운영이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선발 마운드 무게감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현종(KIA)과 김광현(SK) 등 특급 토종 투수를 보유한 KIA나 SK가 유리하다. 승리 투수 여부를 떠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수준급의 외국인 투수에다 확실한 토종 에이스까지 갖춰 선발진의 무게감이 높다.
지난해 우승팀 KIA는 헥터 노에시-양현종-팻딘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갖췄다. 세 선수 모두 각각 3번의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했다. KIA가 최근 연승을 달린 비결도 헥터-양현종-팻딘이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한 데 있다.
SK 역시 선발진이 좋다. 일단 지난해 16승을 거둔 '에이스' 메릴 켈리가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빠져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겼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 대신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과 새롭게 영입한 앙헬 산체스가 상대를 월등히 제압하고 있다. 정말 뛰어나다. 김광현과 산체스는 2승씩 책임졌다. SK는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의 투구수를 제한하며 무리시키지 않고 있고, 산체스는 공의 위력이나 투구폼을 보면 올 시즌 새 외국인 우완 투수 중 가장 낫다.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를 새롭게 뽑은 두산은 선발진이 고른 편이다. 상대를 꽉 제압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장원준과 유희관, 이용찬 등 1~5선발진을 확실하게 갖췄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두' NC와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팀' LG 역시 마운드 사정이 괜찮다. 덕분에 확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잘 버틴다. NC는 새롭게 영입한 왕웨이중과 로건 베렛이 KBO 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국내 선발진이 다소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불펜진까지 나름 잘 이어지고 있다. LG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타격 보다 마운드가 좋은 팀이다. 타일러 윌슨-차우찬-헨리 소사-임찬규 등 선발진이 잘 운영되고 있다.
비시즌 팀 전력을 많이 보강한 KT는 정말 선전하고 있다. FA 황재균이 내야 중심을 잡아주고, 신인 강백호가 예상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다만 마운드는 업다운이 심하다. 최근 KT는 선발진이 무너져도 화끈한 타격으로 만회하며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재정비가 필요하다. 마운드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의 올 시즌 중위권 정착의 키는 더스틴 니퍼트가 쥐고 있다. 지난 8일 한화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1이닝(2피안타 무실점)을 던졌는데 앞으로 어떤 몸 상태로 활약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넥센은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한화 소속으로 2015년 처음 KBO 리그 무대를 밟았을 때의 모습이 아니다. 두 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했지만 예전에 강속구로 상대를 윽박지르던 모습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투수가 부진했던 삼성은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KBO 리그 데뷔전에서 실망감을 안겼으나 두 번째 등판에서는 잘 던졌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위권의 롯데와 한화는 새롭게 데려온 외국인 투수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주까지 2승 11패에 그친 최하위 롯데는 펠릭스 듀브론트가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11.37로 가장 안 좋다. 다만 지난해 1차지명 투수로 입단해 올해 데뷔전을 치른 '고졸 2년차' 우완 투수 윤성빈이 아주 좋더라. 롯데로선 윤성빈을 영건 선발 자원으로 기대하고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 한화는 좌완 제이슨 휠러(1승 1패, ERA 7.88)가 공이 빠르지 않고, 우완 키버스 샘슨(3패, ERA 9.22)은 제구력이 부족하다. 새롭게 데려온 외국인 투수가 확실하지 않은 데다 국내 선발진까지 약해 고전하고 있다. 결국은 투수력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