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무서운 기세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신차 가격을 1000만원 이상 깎아 주는 등 '할인 공세'를 펼치며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중고차 시장도 국산차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수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차 시장은 물론이고 중고차 시장도 가속페달을 밟으며 국산차가 설 자리를 좁혀 가고 있다.
승승장구 수입차… 점유율 20% 넘본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늘어난 2만6402대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2만4366대) 이후 2년 3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다.
올 1분기 누적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2.6% 증가한 6만7405대에 달했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입차 비중은 15.92%다.
업계는 지금 같은 인기가 지속되면 연간 판매량은 25만 대를 넘어서고, 연간 점유율 역시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입차의 약진은 한국GM의 철수 우려가 커지는 등 국내 완성차들이 주춤한 영향이 크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가격 할인에 나선 점도 판매량 증가 요인이다.
실제 지난달 인기 모델로 꼽힌 벤츠 E클래스의 판매대수는 4472대다. 이는 국산차 중 경쟁모델로 꼽히는 제네시스 G80의 판매량 3618대를 훌쩍 넘어선다. 벤츠 딜러사들은 E클래스에 대해 1000만원 안팎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딜러 할인 폭 1000만원대에 달하는 BMW 520d가 지난달 1610대 판매되며 단일 모델로는 두 번째로 인기가 많았다.
수입차의 기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디젤게이트' 여파로 판매를 중단한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영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중순부터 신형 파사트 GT의 고객 인도를 시작하며 400여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파사트 GT의 출고가 활발해지고 티구안 등 신차가 출시되는 이달 수입차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입차가 시장점유율 2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중고 수입차도 5년 새 2배 성장
수입차의 성장세는 신차 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입차 점유율은 5년 사이 2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차 시장의 수입차 인기가 중고차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유통 플랫폼인 SK엔카닷컴 홈페이지에 등록된 전체 중고차 매물(113만9322대) 중 수입차의 비중은 26%(84만9816대)를 차지했다.
매물 등록 대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많아 잘 팔리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중고차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2012년 11%, 2013년 12%, 2014년 14%, 2015년 17%, 2016년 20%에 이어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상승세다.
수입 중고차 거래가 늘어난 것은 수입 신차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또 수입차의 감가상각률이 높고 국산차가 전반적으로 비싸지면서 가격 격차가 미미해졌다는 점도 수입 중고차 시장이 커진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차에 100만~200만원 정도 비용을 추가하면 신차급의 수입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진입 장벽이 낮아져 거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하면서 브랜드 인증과 보증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 것도 전체적인 거래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2016년 4282대에서 작년 9108대로 2배 이상 늘었다. BMW 역시 같은 기간 6900대에서 1만249대로 49%가량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고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수입차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고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커질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