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면, 파국이다.
KBO리그가 개막 첫 달부터 불미스러운 일로 들끓었다. 스트라이크존(이하 S존) 논란이다. 선수들은 모호한 판정 탓에 경기에 악영향이 미친다고 본다. 심판은 비디오 판독 시대에서 유일하게 고유 권한으로 인정받던 영역을 침범받는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양의지에 대한 KBO의 징계는 행위의 의도 보다 부주의가 미칠 악영향을 고려했다. 해당 선수가 베테랑인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에도 판정 불복으로 야기된 퇴장 조치가 나왔다. S존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야구는 투구의 손끝과 타자의 판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기준이 심판의 콜이다. 불신 속에 종목의 근간이 흔들리는,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단은 주의를 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들이 볼 판정에 너무 민감해선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선수협의회 차원에서 명백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메이저리그에서의 S존보다 높은 코스를 잘 안 잡아준다"면서도 "타자와 투수 모두 판정 탓에 감정적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고 했다.
막상 당면하면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운 모양이다. 선수들도 심판마다 S존이 다르다는 것은 감안하고 나선다. 경기 초반에는 참는 편이다. 실제로 강한 어필은 대체로 경기 중, 후반에 나왔다. 승부처에서 납득할 수 없는 공에 안 좋은 결과가 나오자 분을 참지 못한다.
여론은 심판진에 냉정하다. 유독 '권위'라는 단어에 반감이 큰 시국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억울할 수도 있다.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상투적인 변론 때문이 아니다. 심판은 포수의 포구가 아닌,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지점으로 판정을 내린다. 당연히 중계 화면과 다른 판정이 나올 수 있다. 안 그래도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데, 선수는 덮어두고 불만만 표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대화 대신 규정 이행을 선택한다.
이러면 갈등 봉합할 길이 멀어진다. 대립이 이어지면 선수와 심판 모두 좋을 게 없다. 물론 단기간에 개선될 수도 없는 문제다. 신뢰 구축엔 시간과 그에 비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거듭 이어지는 '퇴장' 릴레이는 막아야 한다. 선수는 개인의 감정을 분출하는 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콜 판정은 결코 번복 되지 않는다. 무의미하다. 아무리 오심이 나왔어도 욕설과 부라리는 모습이 모든 팬에 지지받을 순 없기도 하다. 마이너스 감정을 본 피로감이 쌓이면 경기장을 향한 발걸음에 주저함이 생긴다. 흥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심판은 소통 창구를 다양하게 두고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롯데, 올해는 두산에게 유독 박한 판정을 내린다'는 여론이 팬 커뮤니티를 통해 형성되고 있다. 오해라면 공식 루트를 통해 해명 보도를 내서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KBO가 선수 징계 보도자료를 낼 때 입장을 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심판위원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겼는지는 의문이다.
'권위적이다'는 평가는 어떤가. 지난해 롯데 이대호는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 당한 뒤 "존중이 결여된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심판진은 "올 시즌부터 선수들에게 절대 반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부인했다.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들었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서로 믿음이 없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소통을 하는 건 심판의 권위가 무너지는 게 아니다. 일관성을 높이고, 실수를 인정하는 자세도 필수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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