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상식이나 가장 궁금하고 그만큼 가장 치열한 부문이 바로 최우수연기상이다. 지난 1년간 한국 영화를 이끈 수 많은 배우들 중 '5명의 후보'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남자최우수연기상 후보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완벽한 입지를 다진 배우부터, 스스로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킨 배우들까지. '연기 잘한다'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 배우들이 많았다. 여자최우수연기상 후보는 76세 나문희부터 28세 김태리까지 전 연령을 아우르는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누가 받아도 이견은 없지만, 그래서 '누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영화 팬들 저마다의 의견이 늘 갈리는 부문. 올해 백상예술대상은 어느 후보에게 트로피를 안겨줄지 호명되는 그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제54회 백상예술대상은 5월 3일 오후 9시30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JTBC와 JTBC2·JTBC4에서 생방송된다.
김윤석(1987)
유독 백상예술대상과 인연이 없었다. 수상내역 역시 2012년 올해의 영화상 남우주연상이 끝이다. 김윤석이 백상예술대상 수상자가 된다면 무려 6년만에 시상식 무대에 서는 것. 김윤석은 지난해 '남한산성(황동혁 감독)'과 '1987(장준환 감독)' 두 편의 영화에서 어떠한 찬사도 아깝지 않은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특히 '1987' 속 안타고니스트 박처장은 김윤석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을 정도로 강렬했다. 무서운 눈빛을 지우고 시상대 위에서 환하게 미소짓는 김윤석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마동석(범죄도시)
드디어 주연이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조연상이 신설된 첫 해인 49회 남자조연상을 받아낸 마동석은 지난해 '부산행(연상호 감독)'으로 남자조연상 후보에 한번 더 오른데 이어 올해는 남자최우수연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며 백상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추석시즌 688만 명의 관객을 흡수하며 2017년 최고 복병작으로 등극한 '범죄도시'는 마동석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국 범죄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범죄도시'로 마동석이 최우수연기상의 영광까지 누릴지 주목된다.
설경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불한당원이라는 절대적 지지자를 등에 업고 백상예술대상도 등판하는 설경구다. 36회 남자신인연기상 수상을 시작으로 38회 대상, 50회 남자최우수연기상까지 챙기며 백상과 역사를 함께 했다. 지난해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전무후무한 팬덤을 낳으며 거센 후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그 중심에 '섹시한' 설경구가 있다. 제2의 전성기가 열렸고, 앞서 치러진 많은 시상식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백상 트로피도 설경구의 손에 쥐어지게 될지 응원의 목소리가 높다.
송강호(택시운전사)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 주인공이다. 그리고 지난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37회 인기상, 50회 대상을 수상하면서 백상이 사랑하는 배우가 된 송강호는 올해 '택시운전사'로 2년 연속 수상을 노린다. '송강호에게 어떤 새로운 연기를 볼 수 있을까' 싶었던 시기, 가장 보편적인 인물로 가장 소름돋는 연기를 펼친 송강호는 더 이상의 평가가 무의미한 배우임을 증명했다. 올해 시상자로 무대에 서는 송강호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게 될지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정우성(강철비)
바른 얼굴, 바른 정신에 바른 연기력까지, 결국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한 정우성이다. 호감도의 정점을 찍고 있는 정우성은 데뷔 20년을 맞아 연기력의 정점도 찍었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남자최우수연기상 후보의 한 자리를 차지한 정우성은 "지금까지, 늘, 앞으로도 진화하고 있고 진화할 배우"라는 극찬을 한 몸에 받았다. '강철비'에서 북한 군인으로 분해 전통 북한 사투리와 몸을 아끼지 않은 액션 연기까지 말끔하게 소화한 정우성에게도 백상 트로피는 결코 아깝지 않다.
김옥빈(악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김옥빈이 아니면 대체 불가능하다'는 호평도 쏟아졌다. 원톱 주연으로 극악무도한 액션 영화를 이끌었다. 도전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악녀(정병길 감독)'를 칸 영화제까지 진출시킨 김옥빈은 이미 그 진가를 인정 받았기에 트로피만 손에 쥐면 딱이라는 반응이다. 백상예술대상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기에 백상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 가장 궁금한 배우이기도 하다. 김옥빈의 미소와 눈물을 볼 수 있을지 역시 궁금하다.
김태리(리틀 포레스트)
지난해 '아가씨(박찬욱 감독)'로 신인연기상 후보에 오른데 이어 곧바로 최우수연기상 후보 자리를 꿰찼다. '충무로 신데렐라'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가고 있는 김태리다. 나이가 어리다고 연기력까지 어린 것은 아니다. '아가씨'와 '1987', '리틀 포레스트'까지 매 작품마다 김태리가 선보인 모습은 달랐고, 매 작품마다 놀라운 존재감을 내비쳤다. 그래서 단 세 작품만에 영화계가 사랑하는 여배우가 됐다. 신인연기상은 놓쳤지만 최우수연기상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지 영화계의 주목도가 높다.
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노년 배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노년 배우가 왜 필요한지 나문희는 그 대표성을 지닌 배우로 수 많은 노년 배우들의 상징이자 후배 배우들의 귀감이 됐다. '아이 캔 스피크' 한 편으로 300만 관객을 울렸고, 각종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싹쓸이 했다. 나문희에게 주어진 트로피는 단순한 존경의 의미가 아니다. 오로지 '배우'로서 인정받은 결과다. 젊은 배우들만 시상대 위에 서란 법은 없다. '아이 캔 스피크'가 후보에 오를 사실상 마지막 시상식인 백상까지 섭렵한다면 완벽한 유종의 미가 완성되지 않을까.
손예진(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난해 여자최우수연기상 주인공이다. 송강호와 마찬가지로 2년 연속 수상을 노린다. '비밀은 없다(이경미 감독)', '덕혜옹주(허진호 감독)'로 장르 영화와 시대극을 넘나든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 감독)'를 통해 멜로 퀸의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 원작 리메이크, 흥행 한계가 있는 멜로 장르라는 시선 속에서도 손예진은 흥행력을 발휘, 비주얼에 티켓 파워까지 있는 독보적 여배우 자리를 지켜냈다. 눈물의 소감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을지 '예쁜 누나'의 수상 결과가 궁금한 이유다.
최희서(박열)
신인상 7관왕, 여우주연상 1관왕. 단 1년만에 시상식의 여신이 된 최희서다. 영화 제목은 '박열(이준익 감독)'이지만 시상식은 여주인공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가 싹쓸이 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신인연기상 후보에도 노미네이트 되며 한 작품으로 두 개 부문 후보에 오른 유일한 후보가 됐다. 차고 넘치는 트로피지만 늘 탐나는 것이 트로피이기도 하다. 어쨌든 백상예술대상과는 올해가 첫 인연이다. 그 시작이 수상으로 이어질지 무려 9관왕에 도전하는 최희서다.